이수지 띵스플로우 대표 “기술로 창작과 콘텐츠 장벽 허문다”[변인호의 스타트업 픽]
||2024.09.19
||2024.09.19
문화예술과 콘텐츠 산업은 기술 발달과 함께 발전했다. 그림은 사진으로 발전했고 사진 여러장이 합쳐져 영화가 탄생했다. 이제는 컴퓨터와 인터넷이 발전하면서 콘텐츠와 기술이 융합하는 방식은 다양해졌다. 최근에는 AI를 사용해 이야기(스토리)를 풍성하게 만들거나 이미 만들어진 이야기를 다양한 미디어로 바꾸기도 한다.
띵스플로우는 뉴미디어 콘텐츠 플랫폼을 운영하는 스토리테크 기업이다. 띵스플로우는 학생 때부터 창업 전선에 뛰어든 이수지 대표가 2017년 창업했다. 크래프톤이 2021년 7월 110억원을 들여 지분을 매입해 자회사로 편입했다. 띵스플로우는 AI와 이용자가 채팅을 통해 사주·타로 등 운세를 점치는 챗봇 서비스 ‘헬로우봇’과 커플 메신저 ‘비트윈’, 양방향(인터랙티브) 웹소설 플랫폼 ‘스토리플레이’를 운영한다.
IT조선은 이수지 띵스플로우 대표를 만나 인터랙티브 콘텐츠를 만들기 위한 기술과 띵스플로우의 비전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장벽 허무는 ‘인터랙티브 콘텐츠’
띵스플로우가 직접 개발하고 운영하는 서비스는 기술 발전사와 연관이 깊다. 2017년 설립 당시는 페이스북 등 SNS의 영향력이 컸다.
띵스플로우의 헬로우봇은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가 챗봇 생태계(에코시스템)을 만들고 카카오에 플러스 친구 채널이 생겨난 시기에 나왔다. 헬로우봇은 페이스북, 카카오톡 같은 인프라 위에 사주·타로 등 엔터테인먼트 콘텐츠 서비스가 더해진 셈이다.
현재 띵스플로우에서 집중하는 분야는 인터랙티브 콘텐츠다. 보통 인터랙티브 콘텐츠는 이용자의 선택에 따라 스토리 분기가 갈리고 결말이 달라지는 콘텐츠를 말한다. 띵스플로우는 스토리플레이(스플)를 통해 인터랙티브 콘텐츠 창작부터 다른 형태의 콘텐츠로 전환하는 것까지 지원한다. 이수지 띵스플로우 대표는 이를 ‘AI 트랜스미디어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인터랙티브 콘텐츠는 다양한 형태로 이미 수년 전부터 존재해왔다. 2018년 플레이스테이션4(PS4)로 출시된 게임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 같은 해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블랙미러: 밴더스내치’ 등이 인터랙티브 콘텐츠다. 비주얼 노벨 혹은 ‘미연시(미소녀 연애 시뮬레이션 게임)’으로 불리는 콘텐츠도 그래픽·영상 대신 일러스트를 사용한 인터랙티브 콘텐츠다.
이수지 대표는 “2021년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을 재밌게 플레이했고 넷플릭스의 인터랙티브 무비도 재밌게 봤다”며 “이런 콘텐츠를 감상하며 각각의 등장인물이 챗봇처럼 ‘나’의 대화와 행동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 걸 보면서 띵스플로우가 구축해 온 챗봇 인프라를 스토리 쪽으로 확장하면 인터랙티브 웹소설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인터랙티브 게임, 인터랙티브 무비, 인터랙티브 웹소설, 비주얼 노벨 등의 양방향 콘텐츠는 장르를 정의하기 어렵다. 영화를 보는 도중 선택하는 것에 따라 결말이 달라지는 건 그냥 보기만 하던 영화가 아니라 콘텐츠를 경험·체험하는 게임과 비슷하다. 게임 속 등장인물을 조작하며 플레이하는 동안 자신의 다양한 선택을 통해 달라지는 스토리를 감상하는 건 영화·소설과 비슷하다. 콘텐츠를 만든 주체에 따라 ‘인터랙티브’ 뒤에 붙는 단어만 달라지는 모양새다.
띵스플로우의 스토리플레이는 이런 인터랙티브 콘텐츠를 만들고 유통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AI가 웹소설 분기를 나누는 것을 돕는 한편 웹소설 표지와 일러스트도 제작해 준다. 이런 인터랙티브 웹소설은 숏폼 드라마나 스토리게임으로 IP를 확장한다. 콘텐츠를 창작하는 데 필요한 기술과 창작된 콘텐츠를 다른 콘텐츠로 재창작하는 이 같은 기술이 띵스플로우의 AI 트랜스미디어 기술이다.
이는 유명 웹소설이나 웹툰의 성과를 보고 드라마·영화 제작사가 IP 2차 창작권을 구매하고 수백억원을 들여 영상화하는 기존 구조와 다르다. 이 같은 구조는 원작의 성과나 2차 창작자가 원천 IP를 찾아내는 안목이 필요하다. 반면 띵스플로우 스토리플레이는 AI를 활용해 이 같은 구조를 단순화한다. AI 트랜스미디어 기술은 웹소설 창작자가 직접 숏폼 드라마와 스토리게임으로 만들 수 있게 돕는다.
이수지 대표는 “인터랙티브 스토리 참여 작가의 아이디어가 AI를 통해 게임이 되고 영상화되면서 더 많은 독자, 더 넓은 세상을 만날 수 있다”며 “창작자가 그냥 쓰면 된다”고 말했다.
생성형 AI 활용 OSMU 전략 본격화
띵스플로우는 오리지널 IP ‘해야만 하는 쉐어하우스(The Bedmate Game: Sharehouse)’를 시작으로 숏폼 드라마와 스토리게임 제작을 시도한다. 해야만 하는 쉐어하우스는 로맨스 장르의 인터랙티브 콘텐츠다.
띵스플로우 스토리플레이는 이 같은 인터랙티브 콘텐츠를 늘릴 계획이다. AI 멀티포맷 전략이다. 멀티포맷은 원 소스 멀티 유즈(OSMU)를 말한다. OSMU는 하나의 IP를 다양한 형태로 확장하는 것을 말한다.
이수지 대표는 “웹소설이 인터랙티브 소설로, 인터랙티브 소설이 그래픽 중심 스토리 게임(비주얼 노벨)으로, 숏폼 드라마로 변할 수 있다”며 “스토리플레이 스토리게임은 곧 등장인물 커스터마이징도 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PC와 모바일 등 화면비율이 다른 미디어 화면 최적화도 AI가 돕는다. 디스플레이 장치에 맞춰 UI가 변환되는 반응형 홈페이지처럼 PC에선 가로 화면이 나오다가 모바일에서 실행하면 세로 화면으로 전환되는 식이다.
이 대표는 “누적 조회수 3000만뷰가 넘은 ‘MBTI 소개팅’ 등 성과를 내는 다양한 스토리플레 IP를 활용해 매력적인 뉴미디어 콘텐츠를 선보이겠다”며 “띵스플로우는 콘텐츠를 창작하는 제작사가 아니라 이용자 반응과 지불용의를 보며 검증된 콘텐츠를 널리 확산시키는 플랫폼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번에 선보이는 숏폼 드라마는 스토리플레이 숏폼 드라마 카테고리 ‘스릴(스토리 릴스)’과 스푼랩스의 숏폼 드라마 플랫폼 ‘비글루’에 유통된다”며 “기술로 창작의 장벽과 문화 콘텐츠 간 장벽을 허물어 창작자의 아이디어가 실체화되도록 돕겠다”고 덧붙였다.
변인호 기자 jubar@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