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수연은 웃고, 정신아는 울고… 희비교차한 두 포털 CEO
||2024.09.19
||2024.09.19
주가 하락으로 고민이 깊던 최수연 네이버 대표와 정신아 카카오 대표가 최근 대내외 변수로 희비가 교차했다. 네이버는 라인사태 이슈가 잠잠해지고 사우디아라비아와 초거대 인공지능(AI) 모델인 '하이퍼클로바X' 수출 물꼬를 트는 등 호재가 이어졌다. 반면 카카오는 오너리스크에 노사갈등까지 맞물리며 악재가 이어진다. 양사의 엇갈린 희비는 주가에도 영향을 미치는 모양새다.
네이버, 라인 사태 소강국면에 AI 사업 호재 잇따라
네이버는 주가에 악재로 작용하던 라인야후 사태가 소강국면에 접어들었다. 자연스레 주가 하락세는 잦아든 모양새다. 일본 소프트뱅크는 네이버와 라인야후 지분 인수문제를 당분간 논의하지 않기로 했다. 네이버에 지분매각을 압박해온 일본정부도 한국 여론을 의식해 기존 요구를 사실상 철회한 상태다.
여기에 네이버는 9월 12일 희소식을 전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어 기반 거대언어모델(LLM)을 구축하고 관련 AI 서비스 개발에 나서기로 한 것이다. 이는 주가 상승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최수연 대표는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 네이버 주요 경영진과 함께 사우디아라비아로 건너가 생성형AI 하이퍼클로바X 개발의 물꼬를 텄다. 지난해 10월 디지털트윈에 이어 이번엔 AI까지 사우디아라비아와 파트너십 관계를 공고히 이어간 셈이다. 그간 업계에서는 네이버 생성형AI '하이퍼클로바X'가 빅테크 대비 성능이 떨어져 AI 경쟁력 약화를 우려해왔다.
네이버는 미국에 적대적인 비영어권 지역을 중심으로 '소버린AI'를 강조하는 틈새 전략을 지속적으로 이행해왔다. 소버린AI란 AI와 주권의 개념을 결합한 용어다. 각 국가가 자체 데이터와 인프라를 활용해 해당 국가의 언어와 문화, 가치관을 반영한 AI를 개발하고 운영하는 것을 일컫는다.
네이버는 소버린AI 전략을 앞세워 사우디아라비아 뿐 아니라 아랍어 LLM을 사용할 수 있는 중동국가, 동남아 등으로 사업무대를 계속해서 확장해나간다는 방침이다.
최수연 대표는 또 주가 회복을 위해 9월 9일 약 2억원 규모의 자사 주식을 추가 매입하기도 했다. 주주가치를 제고하고 책임경영에 나서기 위한 행보다. 이 덕분에 자사주 매입 다음날인 10일 기준 네이버 주가는 15만9000원으로 전일대비 2.58% 올랐다. 사우디아라비아와 AI 협업 관계 구축 소식이 알려진 12일 기준으로는 네이버 주가는 종가기준 16만원으로 전일 대비 2.30% 올랐다.
카카오, 사법리스크 장기화에 AI 신사업도 주춤
카카오는 총수 구속 수감 등 이어지는 사법리스크에 내우외환을 겪고 있다.
9월 11일에는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의 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 의혹 관련 첫 재판이 진행됐다. 검찰이 내놓은 증거만 2270여개다. 재판의 향방은 카카오에 다소 불리한 상황이다.
검찰은 2400억원을 동원해 553회에 걸쳐 SM엔터테인먼트 주식을 매수하며 주가를 인위적으로 조작했다고 판단했다. 아직 공판기일 중으로 1심에서 재판부가 유죄 판결을 내릴 경우 항소할 가능성이 높아 재판은 최소 3년에서 5년 이상 장기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 위원장의 위법행위가 인정되면 카카오는 카카오뱅크의 대주주 자격을 잃게 된다. 이럴 경우 카카오의 신규 금융사업과 인공지능(AI) 서비스 출시 등 계열사 신사업 추진은 차질이 불가피하다.
특히 법원의 김 위원장 위법 행위 판단은 카카오페이, 카카오모빌리티 등 다른 계열사 사법리스크와도 맞물린다. 카카오페이는 개인정보 유출과 콜몰아주기 건, 카카오모빌리티는 매출 부풀리기(분식회계) 건이 있다. 또 카카오는 가상자산 클레이튼 관련 횡령 및 배임 의혹으로 검찰의 조사를 받고 있다.
정신아 대표는 김범수 창업자의 구속 이후 홀로 전면에서 경영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카카오가 가장 애쓰고 있는 부분은 문어발식 사업 확장 기업이라는 꼬리표 지우기다. 이를 위해 정신아 대표는 '비상경영'을 선포하며 핵심사업만 남기고 비핵심 사업은 정리하는 계획을 이행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기준 카카오의 국내 계열사는 123개로 지난해 5월 147개보다 24개 줄였다.
계열사 정리에 속도를 내면서 직원들과 구조조정, 급여 등 문제로 갈등을 겪는 중이다. 최근 카카오노조는 카카오VX 매각 반대 시위와 함께 일방적인 구조조정·급여 삭감을 중단해야한다고 규탄했다.
AI 사업도 표류하고 있다. AI 사업은 핵심사업으로 분류해 힘을 준다고는 하지만 생성형AI 출시는 1년을 넘기며 미뤄지고 있어서다. 당초 카카오는 지난해부터 자체개발 LLM(대규모언어모델) 코GPT 2.0 공개를 예고했으나 계속해서 공개를 미루고 있다. 김일두 카카오브레인 전 대표, 김광섭 카카오브레인 전 CTO 등 AI 주요 개발진마저 잇따라 퇴사하기도 했다.
정신아 대표는 올해 6월 AI 전담 조직을 신설해 효율성을 높인 경량화언어모델(sLLM) 중심의 AI 서비스를 제공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AI 모델과 서비스 개발을 중심으로 사업을 전개중이며, 카카오는 연내 AI 서비스를 별도앱으로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잇따른 악재에 주가도 연일 하향세다. 정신아 카카오 대표는 지난 8월 14일 1억원 규모의 카카오 주식을 장내 매수하며 반전을 노렸지만 주가에 큰 변화는 없었다. 다음날인 8월 16일 카카오 주식은 종가기준 3만6550원으로 전일 대비 0.68% 하락했다. 카카오 주가는 지난 7월 25일 4만원대를 잠깐 찍었다가 그 이후로 현재까지 3만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이선율 기자 melody@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