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 아닌 필수된 AI…신약개발 영역 활용도↑
||2024.09.09
||2024.09.09
투입되는 시간과 비용 대비 실패확률이 높은 신약개발 영역에 인공지능(AI)을 활용하는 기업들이 늘어난 가운데 과거 보조 영역에 머물던 AI신약개발이 주류로 급부상하고 있다.
AI를 활용한 신약탐색 후보물질에 대한 임상 본격화와 더불어 정부와 제약사들이 관련 투자를 늘려나가면서 신약개발 속도와 성공 확률을 동시에 끌어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글로벌 컨설팅 기업 보스턴컨설팅그룹(BCG)가 보고서를 통해 AI 기술 활용으로 신약 개발을 수행하면 최대 50%의 시간과 비용 절약이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일반적인 신약 개발은 최종 상업화까지 진입하는데 최소 10~15년 이상의 시간과 조 단위의 비용이 소요된다.
BCG는 지난 10년간 미국에서 진행된 임상 1상을 조사한 결과 성공률은 50% 수준에 머물렀다. 하지만 지난 1년 동안 AI 활용 후보물질 발굴 프로젝트의 임상 성공률은 87.5%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AI 활용 시 최적의 효능을 발휘하는 물질을 보다 쉽게 찾아 낼 수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AI를 활용하게 되면 기존 수년이 걸리던 신약 후보물질 탐색 기간을 대폭 축소시켜 비용 절감 효과도 노릴 수 있다.
이에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AI신약개발에 투자를 늘리며 후보물질 탐색 경쟁력 강화 전략을 적극 펼치고 있다.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재발 및 불응성 급성 골수성 백혈병(AML) 치료제 ‘PHI-101’을 개발 단계 희귀의약품 지정했다. PHI-101은 파로스아이바이오가 자사 AI 신약 개발 플랫폼 ‘케미버스’를 활용해 도출한 물질이다.
앞서 PHI-101은 2019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희귀의약품 지정(ODD)을 획득했다. 지난해 식약처는 임상 1상에 참여 후 완전관해에 도달한 환자 등을 대상으로 총 7회에 걸쳐 PHI-101의 치료목적 사용승인을 허가했다. 올해 7월 국내 임상 1상의 환자 모집도 완료하며 연내 종료를 앞두고 있다.
파로스아이바이오는 이달 호주 혈액암 전문 임상 연구 그룹 ALLG와 PHI-101의 연구자 주도 임상 계약을 체결했다. 회사는 해당 연구 결과를 향후 식약처와 미국식품의약국(FDA)의 조건부 허가 및 가속 승인을 위한 참고 자료로 활용할 계획이다.
JW중외제약은 지난달부터 AI 기반 신약 연구개발(R&D) 통합 플랫폼 ‘제이웨이브’를 본격적으로 가동했다.
제이웨이브는 기존에 운영하던 빅데이터 기반 약물 탐색 시스템인 ‘주얼리(JWELRY)’와 ‘클로버(CLOVER)’를 통합하고, AI 모델의 적용 범위를 대폭 확장한 것이 특징이다.
이 플랫폼은 JW중외제약 신약연구센터와 C&C신약연구소 연구진이 웹 포탈 환경에서 AI 기술을 활용해 질병을 일으키는 단백질에 작용하는 유효 약물을 신속하게 탐색하고 선도물질 최적화를 통한 신약후보물질 발굴에 이르기까지 전주기에 걸쳐 활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차백신연구소는 AI 기반 신약개발 전문연구소인 목암생명과학연구소와 공동연구를 통해 자사의 면역항암제 후보물질인 ‘CVI-CT-001’가 암세포를 어떻게 죽이는지 그 기전을 확인했다. 해당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의 자매지인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에 게재됐다.
CVI-CT-001은 차백신연구소가 독자 개발한 면역증강제 ‘엘-팜포(L-pampo)’를 기반으로 한 면역항암제 후보물질이다. 이 물질은 암세포를 죽이고, 암을 둘러싼 종양미세환경을 변화시켜 면역 반응을 강화하는 효과가 있다.
이번 연구에서는 차백신연구소가 실험 디자인과 데이터 생산을 담당해 이 후보 물질이 어떤 경로를 통해 암세포를 죽일 수 있는지를 목암생명과학연구소가 보유한 AI 기술을 통해 더 구체적으로 밝혀진 것이다.
SK바이오팜도 올해 신약 개발 AI 전문가 신봉근 박사를 영입해 신약 개발 플랫폼을 고도화와 디지털 헬스케어 사업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앞서 SK바이오팜은 2018년부터 AI 기반 약물 설계 플랫폼 ‘허블’을 구축해 초기 연구개발에 AI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회사는 표적단백질분해기술(TPD), 방사성 의약품 치료제(RPT) 신약 개발에 활용 가능한 ‘허블 플러스’를 준비하는 등 AI신약개발을 고도화하기 위한 작업에 속도를 올리고 있다.
범국가적 AI신약 후보물질 모델 구축 프로젝트도 본격화한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AI신약융합연구원을 통해 연구 성공률을 높이고 데이터를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는 K-멜로디사업을 추진하게 됐다.
K-멜로디는 보건복지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공동으로 추진하는 연합학습 기반의 신약 개발 가속화 프로젝트다. 제약바이오협회가 프로젝트의 주관기관으로서 사업단을 구성해 세부 과제 기획, 공모·선정 등의 절차를 진행해나가고 있다.
협회는 사업 추진을 위해 올해부터 2028년까지 5년간 사업비 총 348억원이 투입할 전망이다. 해당 프로젝트를 통해 ‘FAM(연합 약동학 모델)’ 솔루션을 제공하는 ‘FDD(연합 약물 탐색)’ 플랫폼을 구축할 계획이다.
FAM은 신약 후보물질이 체내에 머무르는 시간과 약효를 예측하는 솔루션으로, 후보물질을 입력하면 임상 통과 확률 등을 예상하는 방식으로 작동된다. 이는 유럽 모델과 달리 시험관 내 데이터 예측과 동물 실험(In vivo)과 임상 데이터까지 활용해 정확도가 높다는 것이 협회 측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AI신약 탐색 효율성이 높아지면서 글로벌 기업뿐 아니라 국내 기업들도 후보물질 탐색에 AI 기술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며 “전통 제약 산업에서 발생하지 않았던 투자비용도 늘고 있어 시장 확대 효과도 덩달아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동명 기자 simal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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