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 리뷰’ 기승에 칼 빼든 미국, 한국도 지침 개정 나선다
||2024.09.04
||2024.09.04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상품 구매가 일상화되면서 허위 리뷰 문제도 기승을 부린지 오래다. 미국에선 AI를 활용한 허위 리뷰도 등장했다. 미국 FTC(연방거래위원회)는 허위 리뷰가 발견될 경우 벌금을 부과하는 규정을 제정했으며, 한국 공정거래위원회 역시 대가성 리뷰 사실을 명확히 고지하도록 하는 지침 개정에 나섰다.
허위 리뷰 규제 나선 FTC, 적발 시 5만 달러 벌금 부과
FTC는 지난달 온라인 허위 리뷰를 방지하기 위한 새로운 규정을 제정했다. FTC는 △긍정적 리뷰에 대한 인센티브 제공 △회사 관계자라는 것을 밝히지 않은 리뷰 △부정적 리뷰 삭제 △제품을 사용하지 않고 허위로 작성된 리뷰를 금지 행위로 규정하고 위반 사실이 발견될 시 최대 5만7144달러(한화 7669만 원)의 벌금을 부과할 방침이다. 이 규정은 10월부터 발효된다.
FTC는 최근 온라인에서 허위 리뷰가 확산되고 있다고 판단해 규정을 제정했다. 아마존은 2022년 7월 페이스북을 통해 허위 리뷰 작성자를 모집한 1만 개 이상의 페이스북 페이지에 소송을 제기했다. AI를 활용한 허위 리뷰도 속출하고 있다. 지난해 3월 영국 소비자 단체 위치(Which?)가 앱스토어 건강 카테고리 상위 100개 애플리케이션에 달린 리뷰를 분석한 결과, 구글 플레이스토어 리뷰 25%와 애플 앱스토어 리뷰 17%가 AI가 작성한 것으로 추정됐다.
포브스는 지난달 31일 「앱 스토어에 넘쳐나는 허위 AI 생성 리뷰」에서 “(AI로 리뷰를 작성하는 것은) 겉으로 보이는 피해자가 없기에 범죄가 아닐 수 있으나, 이용자들이 저품질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로드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며 “구글이나 애플은 앱스토어 리뷰가 실제 사람이 작성한 리뷰인지 확인하는 데 더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FTC 조치가 실시될 경우 이 같은 허위 리뷰에 대한 빠른 대응이 가능해진다. CNBC는 지난달 14일 보도에서 “새 규정에 따라 이미 자율규제를 실시하고 있는 기업들은 엄격한 정부의 감독을 받게 된다. FTC는 법무부에 개별 사건을 기소하는 대신 자체적으로 규정을 실시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공정위 과징금에도 허위 리뷰 기승… 허위 리뷰 알바까지
허위 리뷰는 한국에서도 기승을 부린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허위 리뷰 사실이 드러날 경우 과징금을 부과하고 있으며, 지난달 20일 경제적 대가를 받고 리뷰를 작성할 시 리뷰 앞단에 이를 명확히 표시하게 하는 추천보증심사지침 개정안을 행정 예고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이용자는 자신의 비용으로 상품을 구매해 리뷰를 작성한 뒤 구매대금을 환급받는 경우에도 이 사실을 고지해야 한다.
그간 공정위는 여러 기업의 허위 리뷰 문제를 적발해왔다. 2021년 한 전자제품 제조업체는 단기간에 판매량을 높이고 긍정적인 후기를 늘리기 위해 아르바이트생에게 빈 박스를 보내 리뷰를 작성하게 했다. 아르바이트생들은 건당 1000원을 받고 총 3700개의 리뷰를 작성했고, 공정위는 2022년 이 업체에 과징금 1억4000만 원을 부과했다. 지난해 2월에는 같은 수법을 활용한 건강관리식품 업체가 공정위로부터 과징금 1억4000만 원을 부과받았다.
또 공정위는 지난달 쿠팡이 PB(자체 브랜드) 상품 구매를 유도하기 위해 임직원 2000여명을 동원해 총 7만 여개의 리뷰를 작성하게 하고, 검색 순위를 조작했다며 과징금 1628억 원을 부과했다. 이에 쿠팡은 자사 직원들이 일부 제품에 별점 1점을 남기는 등 솔직한 리뷰를 남기고 있으며, 리뷰에 ‘임직원 체험단’이라는 것을 고지해왔다며 행정소송을 예고했다.
허위 리뷰 작성이 적발되면 업무방해죄가 적용돼 처벌받을 수 있으며, 조작된 리뷰로 광고를 할 경우 표시광고법과 전자상거래법 위반에 해당한다. 배달의민족은 허위 리뷰를 근절하기 위해 허위 리뷰 사실이 드러날 경우 관련 업체를 고소하고 있는데, 2018년부터 지난해 10월까지 배달의민족 고소로 처벌받은 업체는 11곳에 달한다.
현행법상 대가성 여부를 밝힌 리뷰는 불법이 아니다. 하지만 제품을 사용하지도 않고 리뷰를 작성하거나, 대가성 여부를 숨길 경우 문제가 될 수 있다. 표시광고법에 따르면 사업자는 거짓·과장 광고, 기만 광고를 해선 안 되는데, 허위 리뷰는 여기에 해당할 수 있다. 다만 리뷰를 대가로 금전을 받았음에도 이를 밝히지 않는 것을 적발하기는 쉽지 않다.
실제 리뷰를 작성해주면 대가를 제공하는 아르바이트가 성행하고 있다. 네이버·쿠팡 등은 실제 구매자에게 리뷰 작성 권한을 제공하는데, 이 점을 이용한 것이다. 참여자가 800명이 넘는 한 오픈채팅방에선 네이버·쿠팡·강남언니(성형수술·피부시술 중개 플랫폼) 등에 리뷰를 작성할 경우 대가를 준다는 홍보 글이 이어진다. 미디어오늘이 리뷰 비용을 지급한다는 이에게 연락해 ‘대가성 여부를 표기해야 하는가’라고 묻자 “따로 안 해도 된다”, “그런 건 하시면 안 된다”, “빈박스로 갈 시 보통 표기하지 않는다”는 답이 돌아왔다.
이와 관련 지난 21대 국회에서 대가성 리뷰 자체를 금지하는 내용의 개정안이 발의됐으나 통과되지 못했다. 배진교 전 정의당 의원은 2021년 6월 네이버·쿠팡 등 온라인 플랫폼에서 물건을 판매하는 업체가 리뷰 작성을 위해 대가를 지급하거나, 대가를 받고 실제 구매하지 않은 제품 리뷰를 작성하는 이용자를 처벌하는 내용의 전자상거래법 개정안을 발의했으나 정무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임기만료 폐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