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SNS ‘저작권 사각지대’…산업 발전 늦춘다
||2024.09.01
||2024.09.01
누누티비·북토끼 등 불법유통 사이트로 인한 피해가 늘고 있다. 이에 정부는 콘텐츠의 불법 유통을 막기 위해 국제 공조를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업계는 불법 유통 사이트 외에도 사각지대가 존재한다고 지적한다. 대표 사각지대로 유튜브·X(트위터)·틱톡 등을 꼽는다. 업계는 이들 SNS 플랫폼이 콘텐츠 불법복제·유통이 산업 발전을 저해한다고 토로한다.
시시각각 업데이트 되는 불법 콘텐츠…해결 방안 없어
30일 온라인 공연 관련 업계에 따르면 유튜브, X, 틱톡 등 온라인 플랫폼으로 공연 콘텐츠가 불법복제돼 유통되고 있다. 직접 촬영한 영상(직캠)부터 온라인 공연 실황, 스포츠 중계, 영화·드라마의 주요 내용을 담은 ‘결말 포함 리뷰 영상’ 등 저작권자가 올렸거나 올리는 걸 허락하지 않은 콘텐츠는 모두 불법 콘텐츠에 포함된다.
업계는 이같은 불법 유통 콘텐츠로 인해 공연 업계가 산업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전체 공연 영상의 불법 유통을 문제로 꼽는다. 전체 공연 영상을 무단으로 복제·유통하면 온라인 공연 업체의 투자비용 회수(리쿱)에 방해가 된다는 것이다. 유튜브 같은 플랫폼에서 콘텐츠를 볼 경우 굳이 공연장, 영화관, 경기장에 입장료를 내고 직접 보러 갈 이유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유튜브는 그래도 바로는 아니라도 몇 시간 내에 불법유통 콘텐츠가 내려가는 경우가 꽤 있는데 X 같은 플랫폼은 차단·삭제도 안된다”며 “지난 주말에도 불법복제·유통을 발견해 내려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대부분 해외 계정을 이용해 시시각각 업로드 하는 데다 특정 해외 지역에선 공연 불법 복제본을 유료로 다른 이에게 판매하기도 하는데 해결하기가 쉽지 않다”며 “틱톡 같은 플랫폼에 한 번 올라오면 X, 유튜브 등 다른 플랫폼으로 퍼지는 건 금방인데 회사 내부 자원만 가지고 해결하기가 물리적으로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비대면 시대에 발전 기회 빼앗겨
공연을 온라인으로 송출하려면 방송 설비 시스템 구축을 비롯한 투자가 필요하다. 공연을 송출하기 위해 원 저작권자와 협상도 필요하다. 이는 스포츠 중계를 위해 중계권을 구매하는 것과 비슷한 과정이다.
만약 티빙이 1200억원을 들여 KBO 중계권을 확보했는데 불법으로 KBO를 보는 이가 많다면 티빙은 이후 KBO 중계권 확보를 망설일 수밖에 없다. 손익분기를 넘기기 힘들어서다.
온라인 공연도 같다. 온라인 공연을 무단으로 녹화해 유튜브 등의 플랫폼에 올리는 건 창작자의 권리를 침해할 뿐 아니라 온라인 공연 송출기업의 수익도 줄인다. 또 불법 사이트가 아닌 유튜브·X·틱톡 같은 플랫폼에 업로드될 경우를 대비해 기업이 직접 모니터링해야 한다. 정부가 플랫폼에 차단·삭제를 요청할 수 없어서다. 권리자가 직접 해야 한다. 이를 위해 상시 모니터링 인력이 필요하고 그 인력의 인건비가 든다. 수익이 더 악화된다.
이로 인해 국내 온라인 공연 시장 성장은 태동과 동시에 정체된 모양새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음악산업백서 조사 결과 온라인 공연 이용 비중은 2021년 12.3%, 2022년 13.7%에서 지난해 11.7%로 감소했다. 온라인 공연은 오프라인 공연의 한계인 시간·거리 제약을 극복할 수 있는 수단임에도 성장하지 못했다.
만약 이들 기업이 온라인 공연을 송출하면 지식재산권자(권리자)와 계약을 통해 송출 기록을 기반으로 다시보기(VOD)도 판매할 수 있다. 하지만 콘서트 VOD는 거의 나오지 않는다. 콘서트 VOD를 출시하려면 개별 곡의 권리자와 협상해야 하는데 여기에도 돈이 많이 든다. 글로벌 서비스하려면 1곡당 수천만원이 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게 VOD를 내도 불법복제·유통이 일어나면 추가 손실이 발생한다.
현행법상 처벌 규정도 마땅치 않아
기존 플랫폼을 이용한 콘텐츠 불법복제·유통 대응을 정부 행정력에 기대기 힘들다는 점 역시 온라인 공연 업계의 어려움을 키우는 모양새다. 유튜브, X, 틱톡 등의 플랫폼은 정부의 행정력이 미치는 곳이 아니라 개별 권리자(사업자)가 직접 대응해야 해서다.
현재 정부가 저작권 침해 관련 주력 분야는 누누티비처럼 콘텐츠를 불법복제·유통하면서 불법도박 등의 광고로 수익을 내는 웹사이트 추적이다. 문화체육관광부 저작권범죄과학수사대 활동에도 이 같은 현상이 확인된다. 문화체육관광부 저작권범죄과학수사대는 8월 19일부터 12월 말까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수사국 경제범죄수사과,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와 저작권 침해 불법사이트를 단속하고 있다.
이는 현행법상 처벌 규정이 마땅치 않다는 한계 때문으로 보인다. 현행 저작권법은 온라인서비스제공자(플랫폼)에 시정 조치를 권고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법을 개정해 권고가 아니라 강제력 있는 조치로 강화한다고 해도 한계는 존재한다. 해외 사업자를 국내법으로 처벌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불법복제·유통 콘텐츠를 모니터링 과정에서 발견하면 국내 온라인 서비스 제공 사업자에겐 시정 권고라도 할 수 있지만 해외 사업자는 이마저도 쉽지 않아 권리자에게 모니터링 결과를 알려주고 직접 요청하도록 하고 있다”며 “자체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해 운영하는 유튜브 같은 플랫폼은 그래도 나은데 불법유통 문제를 손 놓고 있는 해외 사업자는 정부가 규율하기 어려워 현실적으로 권리자 보호가 쉽지 않다”고 밝혔다.
결국 유튜브 등을 통한 권리침해는 사업자가 개별 대응할 수밖에 없다. 유튜브·X·틱톡 등 기존 온라인 플랫폼에서 발생하는 콘텐츠 불법복제·유통은 권리자가 자력으로 해결해야 하는 사각지대인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내부 시스템을 구축하고 불법유통을 추적해 플랫폼마다 개별적으로 차단·삭제 등의 조치를 하고 있는데 한 곡이나 특정 순간만 촬영한 직캠을 제외하고 풀영상만 차단하려 해도 인력이 많이 필요하다”며 “불법복제·유통 콘텐츠를 이용하지 않고 콘텐츠를 제값을 주고 보는 문화가 형성돼야 한다”고 토로했다.
변인호 기자 jubar@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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