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사업 속도 붙는 메타, ‘만년 3위’ 탈출하나
||2024.09.01
||2024.09.01
인공지능(AI) 분야에서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오픈AI 등에 한 발짝 밀려 있던 메타가 최근 빠른 성장세를 보이며 과거 ‘페이스북의 힘’을 되찾는 모습이다.
지난 7월 23일 메타는 AI 모델 ‘라마(Llama) 3.1’ 버전을 출시했다. 지난 4월 ‘라마 3’을 선보인 이후 3개월 만에 내놓은 모델로 짧은 기간 동안 눈에 띄는 성능 고도화를 이뤘다는 평가다. 오픈AI가 GPT-4를 2023년 3월 선보인 후 현재까지 GPT-4.5 버전이 출시되지 않은 것과 비교하면 메타가 AI 모델 개발에 상당히 속도를 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라마 3.1은 기존 모델과 달리 매개변수 4050억 매개변수를 가진 모델이 나왔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라마 3.1 405B’ 모델은 대표적인 최신 AI 모델인 오픈AI의 ‘GPT-4o’나 앤트로픽의 ‘클로드 3.5 소네트’ 등과 비교해 성능 우위를 보인다.
메타는 이제까지 비교적 가벼운 AI 모델을 개발했으나 이번에는 매개변수가 70억개인 소형 모델 ‘라마 3.1 8B’, 700억개인 중형 모델 ‘라마 3.1 70B’와 함께 대형 모델까지 출시하면서 그간 학습 규모 측면에서 아쉬움을 가졌던 사용층까지 흡수하는 방향으로 AI 역량을 확대했다.
라마 모델의 사용층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메타에 따르면 라마 모델은 현재까지 허깅페이스(오픈소스 공유 커뮤니티)에서 3억5000만 다운로드 수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시기와 비교하면 10배 이상 증가한 수치이며, 지난 7월에만 2000만 회가 넘는 다운로드 수를 기록했다.
메타는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최대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업체에서의 라마 모델 월간 사용량(토큰 거래량) 또한 10배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라마 모델의 이 같은 성장은 빠른 성능 향상과 넓어진 사용 범위, 그리고 여러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업체를 통해 더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전략 등이 주효했기 때문이다.
이번 라마 3.1의 경우도 매개변수를 크게 늘린 점뿐만 아니라 한번에 처리할 수 있는 토큰 컨텍스트 길이를 12만8000개(약 50~60페이지 분량)까지 늘리고 8개 언어를 추가 지원하는 등의 성능 개선이 이뤄졌다.
메타는 아마존 웹 서비스(AWS)와 MS, 애저, 구글 클라우드 외에도 데이터브릭스, 그록, 엔비디아, IBM 왓슨스, 스케일 AI, 스노우플레이크 등과 협력해 라마 모델을 더 쉽게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라마 모델 기반의 AI 서비스를 제공하는 한 스타트업 대표는 “오픈AI, 구글, 앤트로픽 등에서 제공하는 (폐쇄형) AI 모델은 API를 통해 기업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만 이용할 수 있다면 라마를 비롯한 오픈소스 모델은 사용자들이 학습, 미세조정 등의 커스터마이징을 자유롭게 할 수 있다”며 “최근 기업들이 고유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자체적인 AI를 구축할 수 있기 때문에 오픈소스를 많이 사용하고 있다. 폐쇄형 모델이 B2C에 강하다면 오픈소스 모델은 B2B에 특화돼 있다고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교육, 고객 서비스, 연구 및 의료 등 여러 분야에서 많은 기업들이 라마 모델을 활용해 각 기업 및 서비스 환경에 맞는 AI 모델을 구축했다. 국내 에듀테크 기업 매스프레소, 글로벌 화상회의 플랫폼 줌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메타는 AI 부문에 더 힘을 쏟겠다는 전략이다. 이미 지난 4월 메타는 1분기 실적을 발표하며, 올 한 해 동안 AI 인프라 구축 등을 위해 350억~400억달러(약 36조~53조원)의 자본지출을 하게 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구글, MS, 아마존 등 빅테크 기업들이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투자한 금액이 480억달러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상당한 규모의 자본지출임을 알 수 있다.
또한 최근에는 AI 분야에 집중하기 위해 증강현실(AR) 스튜디오 메타 스파크 사업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마크 주커버그 메타 CEO는 “우리는 장기적으로 라마 모델이 AI의 표준이 될 생태계에 투자하고자 한다"며 “오픈소스가 폐쇄형 모델보다 더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경쟁력 있고, 효율적이며 개방적인 태도를 통해 라마 모델이 (AI) 업계 표준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며 메타의 AI에 대한 방향성을 강조했다.
조상록 기자 jsrok@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