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히 음악에 집중하고 싶은 순간, 앤커 사운드코어 스페이스 Q45 노이즈 캔슬링 헤드폰
||2024.08.30
||2024.08.30
어딜 가나 시끄러운 소음이 끊이지 않는다. 차들의 경적 소리와 덜컹거리는 지하철 소리, 어디론가 바쁘게 이동하는 사람들의 발소리와 왁자지껄한 말소리, 공사 현장의 기계 소리와 수시로 지나다니는 오토바이 소리까지 한 데 엮여 우리의 귀는 늘 피곤하다.
마음을 편하게 해줄 좋아하는 음악마저도 조용히 듣지 못하는 환경이라면 노이즈 캔슬링 블루투스 헤드폰이 필요한 순간이다. 보행하는 동안에는 안전을 위해 사용해선 안 되겠지만, 출퇴근 대중교통 안에서, 소란스러운 카페나 식당 안에서, 장시간 이동하는 비행기 안에서만큼은 조용히 나만의 시간을 갖고 싶은 법이다.
이미 시중에 정말 많은 노이즈 캔슬링 제품이 나와 있지만, 너무 고가의 제품은 부담이 됐다. 중저가 제품 중 음질도, 노이즈 캔슬링 성능도 뛰어난 제품을 찾다가 평이 좋은 앤커의 사운드코어 스페이스 Q45라는 제품을 선택했다.
사실 이 제품은 출시된 지 조금 지난 모델이기도 하고 앤커(Anker)라는 브랜드의 인지도가 예전만 못하지만, 여전히 10만 원대 노이즈 캔슬링 헤드폰을 추천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제품이다. 명불허전이라는 말처럼 이름이 알려진 데에는 그만한 까닭이 있기 마련인데, 도대체 얼마나 좋길래 그런지 궁금했다. 이제 함께 알아볼 시간이다.
앤커는 구글 출신 엔지니어가 2011년 중국에 설립한 전자제품 제조기업으로, 저렴한 가격 대비 뛰어난 품질의 제품을 만드는 곳으로 한때 큰 인기를 모았다. 처음은 모바일 충전기로 시작해서 이제는 블루투스 스피커, 이어폰, 사운드바, 스마트폰 액세서리, 빔프로젝터 등 다양한 분야의 제품들을 만들며 모두 성공적으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앤커의 음향기기 제품군인 ‘사운드코어(Soundcore)’는 훨씬 가격이 비싼 유명 브랜드 제품과 비교해도 손색없을 정도로 뛰어난 가성비를 지닌 브랜드로 인정받고 있다.
그중 오늘 리뷰할 스페이스 Q45는 앤커의 베스트셀러 제품 중 하나인 라이프 Q35의 후속 시리즈이다. 출시 당시 워낙 가성비가 뛰어나 여러 음향기기 전문가들의 극찬을 받았던 라이프 Q35는 지금까지도 추천되고 있을 정도로 평이 좋다. 그런 제품의 뒤를 잇는 것이기에 Q45는 출시 전부터 많은 관심을 받았고, 많은 부분에서 업그레이드되어 호평을 얻었다.
구성품은 딱 필요한 것들로 구성되어 있다. 가지고 다니기 편하도록 하드형 케이스가 제공되고, 그 안에 꼭 맞게 고정되어 있는 Q45 헤드폰 본체가 들어있다. USB-A to C 충전 케이블 외에 3.5mm AUX 케이블도 제공돼 외부 입력 단자를 통한 다른 여러 기기와 유선으로 연결해 사용할 수 있다. 참고로 유선 이용 시 전원을 켜지 않고도 청취가 가능하나, 노이즈 캔슬링과 같은 기능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전원을 켜야 한다.
하드케이스 안쪽은 부드러운 천 소재로 되어 있어 제품을 스크래치로부터 보호한다. 헤드폰은 이어컵 부분을 회전해 접을 수 있는 구조라 케이스 부피가 줄었다는 장점이 있지만, 접는 모양이 헷갈려 익숙해지기까지 약간의 시간이 필요했다.
왼쪽 이어컵에는 노이즈 캔슬링(NC) 모드 버튼, 상태 표시 LED, 전원 버튼, 충전을 위한 USB-C 타입 포트가 있고, 오른쪽 이어컵에는 3.5mm 이어폰잭, 재생/멈춤 버튼과 음량 조절(및 곡 넘김) 버튼이 있다. 요즘 많은 헤드폰/이어폰들이 터치 버튼을 적용해 오작동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스페이스 Q45는 모두 물리 버튼으로 되어 있어서 익숙해지고 나면 헤드폰을 착용한 상태에서도 편하게 조작할 수 있다.
참고로 전원 버튼과 음량 높임(Volume Up) 버튼을 동시에 5초 이상 누르고 있으면 빨간색 LED가 세 번 깜빡이며 기기 초기화(리셋)가 진행된다.
디자인은 호불호가 있는 편이다. 심하지는 않지만 이어컵의 두께가 조금 있는 데다, 헤드밴드 부분이 벌어졌을 때 머리와 밴드 사이가 많이 벌어져 일명 ‘요다 현상’이 발생한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이는 머리의 형태나 크기 등 개인에 따라 다르다. 개인적으로는 착용한 모습이 무난하게 느껴졌으며, 전체적인 만듦새나 디테일도 만족스러웠다. 플라스틱 소재로 되어있지만 무광 질감과 유광 질감 표현이 적절히 섞여 있어 고급스럽다. 힌지 부분은 알루미늄 합금을 사용해 내구성을 높였고 메모리폼과 합성 가죽으로 제작했다는 이어쿠션은 부드럽고 푹신푹신하면서도 쫀쫀한 탄력감을 가지고 있어서 귀에 착용했을 편안하게 밀착된다.
헤드밴드 역시 금속 소재를 사용해 탄성이 좋은데 그렇다고 착용했을 때 압박감이 심하게 느껴지는 정도는 아니다. 길이는 슬라이딩 방식으로 조절할 수 있다. 워낙 부드럽게 잘 움직여 큰 힘을 들이지 않아도 되며, 단계별로 고정도 잘 된다.
본체의 무게는 약 300g 정도로, 워낙 헤드밴드 쿠션이 좋아 무게감이 잘 느껴지지 않는다. 실제로 5시간 정도 연속으로 착용하고 사용해 봤는데 별다른 통증이나 불편함은 없었다. 다만 이어쿠션의 통기성은 좋지 않은 편이라, 귀에 열감이 느껴졌다. 겨울철에 방한용품 대용으로 좋을 수준이다.
앤커는 사운드코어 음향 기기들의 세부 설정을 할 수 있는 Soundcore 앱을 제공한다. 사운드코어 제품을 사용한다면 반드시 설치해서 사용하길 추천하는 앱으로, Q45 역시 이 앱을 통해 노이즈 캔슬링 모드에 대한 전반적인 설정부터 노이즈 캔슬링 수준 지정까지 원하는 대로 설정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소음이 완벽히 차단되면 압력이 너무 세게 느껴져 중간 정도로 설정해둔다. 그래도 충분히 조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
노이즈 캔슬링 모드 버튼을 눌렀을 때 어떤 기능을 실행할지도 선택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한 번 누를 때마다 노이즈 캔슬링 모드, 주변 소리가 들리는 트랜스페어런시 모드, 노멀 모드의 순서로 바뀌는데 사용하지 않는 모드가 있다면 뺄 수 있고, 두 번 눌렀을 때 베이스업(BassUp)을 켜거나 끄는 기능으로 쓸 수도 있다.
많은 노이즈 캔슬링 제품이 바람 소리는 제대로 제거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Soundcore 앱에는 ‘바람 소리 감소’ 옵션을 설정할 수 있고, 청각을 보호하기 위해 최대 볼륨을 제한하는 옵션이 추가된 점도 인상적이다.
당연히 저장되어 있는 프리셋을 선택하거나 직접 이퀄라이저(EQ) 설정을 통해 음향 효과를 제어하는 것도 가능하다. 프리셋은 사운드코어 시그니처(BassUp 포함) 사운드부터 어쿠스틱, 클래식, 힙합, 록, 트레블 부스터 등 20여 가지 옵션이 있어 선호하는 사운드를 쉽게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이보다 개인 맞춤형 사운드 프로필을 만들어 들어볼 것을 권한다.
(사용자의 귀에 꼭 맞춘 사운드 프로필을 만들 수 있는 Soundcore 앱의 강추 기능)
사람은 연령대와 청력 상태에 따라 들을 수 있는 주파수가 다르다. 같은 음악을 들어도 모두가 똑같이 느낄 수 없는 이유 중 하나다. 그래서 앤커는 개인 맞춤 사운드를 제공하기 위한 기능을 Soundcore 앱에 추가했다. 사용자의 청력 감도와 선호도를 테스트해 고유한 사운드 프로필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앱 내 ‘음향 효과’ 메뉴에 들어가 히어ID 사운드(HearID Sound)를 선택하면 이용할 수 있다. 먼저 주변이 조용한 곳에서 본인의 나이를 선택해 청력 테스트를 진행하면 각기 다른 주파수 대의 여러 신호음을 들려주고, 들을 수 있는 음을 식별하면 해당 청력에 최적화된 결과가 만들어진다.
그다음 선호도 테스트를 진행하면 두 가지 데모 트랙 사운드 중 어떤 것이 더 좋은지 선택하는 항목 6가지가 나온다. 이 과정을 모두 거치고 나면 사용자의 청력에 최적화된 히어ID 사운드 프로필(초기 곡선)이 만들어진다.
이 기능은 본인의 청력이 어떤 상태인지 테스트해 볼 수 있다는 점에서도 좋고, 결과물로 생성된 사운드 프로필이 기본적으로 제공되는 soundcore 시그니처 사운드나 프리셋보다 훨씬 만족스러웠기에 꼭 사용해 보길 추천한다. 본인의 귀에 최적화된 소리와 선호하는 사운드를 합쳐 생성된 것인 만큼 분명 마음에 들 것이다.
앤커 사운드코어 스페이스 Q45는 10만원대의 저렴한 가격대임에도 고음질 인증 규격인 Hi-Res Audio 인증과 Hi-Res Audio Wireless 인증을 모두 받아 유/무선 관계없이 고품질의 사운드를 제공한다. 여기에 소니가 개발한 고음질 블루투스 코덱인 LDAC 코덱도 지원해 안드로이드 유저라면 무손실의 고해상도 음원을 감상할 수 있다.
금속과 세라믹 소재의 2중 구조로 되어 있는 40mm 듀얼 다이어프램(Diaphragm) 드라이버는 저음부터 고음까지 선명하고 깨끗한 사운드를 만들어준다. 특히 위에서 소개한 히어ID 사운드를 선택하면 어떤 곡을 들어도 만족스럽다.
전체적인 밸런스가 무난한 편이며, 웅장하면서도 묵직한 저음의 표현력이 뛰어났다. 해상력이 좋아 어학 학습 영상이나 넷플릭스 시청 시 말소리가 또박또박 잘 들리는 것도 장점이다. 특히 영화를 보거나 게임 플레이 시 재미와 몰입감은 가히 최고다.
무엇보다 노이즈 캔슬링 성능이 훌륭하다. 3단계 소음 제거 시스템을 갖춰 최대 98%까지 소음이 차폐된다고 하는데, 스위스 인증 전문기관인 SGS의 인증도 획득해 제품에 대한 안전성과 신뢰도를 높였다.
또한 주변 소음의 정도에 따라 자동으로 노이즈 캔슬링 설정을 변경해 주는 적응형 ANC(Active Noise Cancellation)가 탑재돼 편하게 소음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다.
소음을 98% 줄여준다고 해서 바깥소리가 아예 들리지 않을 정도는 아니지만, 손님들의 말소리와 노랫소리가 큰 카페에서도 내가 듣고 있는 노래에 집중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조용하다. 지하철과 같은 대중교통 소음도 효과적으로 줄여주며 실내의 에어컨 소리나 공기청정기 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는다.
가끔 업무를 할 때 굳이 음악을 듣지 않더라도 스페이스 Q45를 착용하고 노이즈 캔슬링을 켜두는 경우가 있는데, 신경 쓰이는 소음이 거의 들리지 않아 업무에 집중하기 좋다.
통화 시엔 두 개의 마이크와 AI 알고리즘이 소음은 제거하면서 통화하는 사람의 목소리는 증폭시켜 선명하게 전달한다. 길을 걸으며 통화를 해보니 바로 옆에서 말하듯 깨끗하게 잘 들렸고, 상대방도 불편함을 느끼지 않았다.
최대 50시간이라는 배터리 지속시간도 큰 장점이다. 이는 ANC 모드 기준이고, 표준 모드에서는 최대 65시간까지 사용할 수 있다고 하는데 실제로 완충 후 노이즈 캔슬링 모드 1시간, 표준 모드 6시간을 연속으로 사용했는데도 배터리가 91% 남아있었다.
하루 종일 사용해도 충전에 대한 스트레스가 없다. 여기에 고속 충전을 지원해 5분 충전으로도 4시간을 사용할 수 있다고 하니, 장거리 여행 시에도 걱정이 없다. 완전 방전 시 완충까지는 약 2시간이 소요된다. 참고로 충전 중에는 사용할 수 없다.
물론 아쉬운 부분도 있다. 요즘 많은 이어폰/헤드폰 제품들이 자동 착용 감지 센서를 채택하고 있는데 스페이스 Q45에는 추가되지 않았다. 또 이어쿠션의 착용감은 상당히 좋으나, 오래 사용하면 쉽게 갈라지거나 가루가 되어 떨어질 것처럼 내구성이 좋아 보이지 않아 내심 걱정이 앞선다.
앤커 사운드코어 스페이스 Q45는 최고의 블루투스 헤드폰은 아니겠지만, 그 역할과 기능에 충실하면서 가격대를 훨씬 웃도는 노이즈 캔슬링 성능과 음질을 갖춘 제품임에는 틀림없다.
주변 환경이 어수선해도 조용하게 음악을 듣는 일에만 빠져들고 싶을 때, 어떤 방해도 없이 동영상 강의를 듣거나, 영화를 보거나, 게임에 몰입하고 싶을 때에도 유용하다.
부담 없는 가격으로 노이즈 캔슬링 헤드폰에 입문하고 싶다면 합리적인 스페이스 Q45가 답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