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전기차 화재 막연한 공포 막아야”
||2024.08.30
||2024.08.30
현대차는 지난 1일 발생한 벤츠 전기차 화재 사건 이후 잘못된 정보와 막연한 오해가 전기차에 대한 불안감 확산을 부추기고 있어 명확한 사실관계를 통해 오해를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고 29일 밝혔다.
현대차는 최근 전기차 화재 보도가 잇달아 나오면서 ‘전기차는 화재가 많다’는 인상을 주고 있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소방청 통계에 따르면 자동차 화재는 비전기차와 전기차 합계 매년 4,500건 이상 발생하고 있으며, 지난해에는 4,800건에 이르는 등 하루에 약 13건 이상 발생할 정도로 빈번하다.
다만 연도별 자동차 누적 등록대수를 기준으로 산출한 1만 대당 화재 건수는 지난해 기준 비전기차는 1.86건, 전기차는 1.32건으로 전기차 화재 발생 비율은 비전기차에 비해 30% 정도 낮다.
또한 소방청의 화재 통계는 충돌 사고, 외부 요인, 전장 부품 소손 등에 따른 화재를 모두 포함한다. 초소형 전기차, 초소형 전기 화물차, 전기삼륜차까지 함께 집계되기 때문에 이런 요인을 제외하면 승용 전기차에서 고전압 배터리만의 원인으로 화재가 난 사례는 줄어든다.
따라서 전기차가 더 화재가 많이 일어난다는 생각은 사실과 다르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현대차는 ‘전기차 화재가 열폭주 때문에 진압이 어렵고, 차량이 전소되어야 불이 꺼진다’는 주장도 일부는 틀리다고 밝혔다.
전기차 화재는 내연기관차와 마찬가지로 여러 요인으로 인해 발생하고 있으며, 실제로 기타 부품 등 외부 요인으로 인한 대부분의 전기차 화재는 배터리 열폭주를 수반하지 않았다.
배터리팩은 고도의 내화성, 내열성을 갖춰 배터리 이외 요인으로 화재 발생 시 불이 쉽게 옮겨붙지 않으며, 배터리 화재의 경우에도 최신 전기차에는 열폭주 전이를 지연시키는 기술이 탑재돼 조기 진압 시 화재 확산 방지가 가능하다.
지난해 7월 경기도 소방재난본부가 실시한 ‘전기차 화재 진압 시연회’에서 조선호 경기소방재난본부장은 “전기차 화재의 초진이나 확산 차단이 내연기관 차량보다 더 어려운 것은 아니다”라고 전했다.
현대차는 화재 완전 진압까지 걸리는 시간이 전기차가 내연기관차보다 더 오래 걸려 피해가 크다는 것도 오해라고 밝혔다.
일부 전기차 화재에서 초기 진압은 단시간에 이뤄지더라도 이후 혹시 모를 배터리 화학 반응에 대비해 차량을 일정 시간 소화수조에 담가 놓거나 질식포로 덮어 모든 배터리 에너지가 소모될 때까지 관리한다. 다만 이 과정은 소방청 관리하에 안전하게 이뤄지고 주변에 화재 피해를 확산시킬 수 없기 때문에 긴 화재 진압 시간에 대해 불안감을 가질 필요 없다.
현대차는 전기차 화재가 배터리의 열폭주를 동반해 온도가 1,000도 이상으로 치솟기 때문에 내연기관차 화재보다 위험하고 피해가 크다는 주장도 사실과는 다르다고 밝혔다.
기본적으로 배터리 1kWh의 열량은 3.6메가 줄(MJ)로 가솔린 1리터의 열량 32.4메가 줄 대비 크게 낮음. 즉, 같은 용량이라면 열량이 높은 연료를 싣고 있는 내연기관차의 화재 확산 속도가 더 빠르고 차량 외부 온도도 더 높게 오른다.
중형 승용 가솔린차는 약 50L 연료탱크, 전기차는 약 80kWh 배터리를 탑재하며, 연료가 100% 채워진 상태에서의 열량은 각각 1,620메가 줄, 288메가 줄이다. 따라서 같은 자급이더라도 가솔린차가 지닌 에너지양이 전기차에 비해 높다.
한국방재학회는 2021년 발행한 ‘전기자동차와 가솔린 자동차의 실물화재 비교 분석’ 논문을 통해 이러한 사실을 검증했다. 실험은 구형 레이 가솔린차와 전기차를 사용했으며, 가솔린차는 폭발 위험에 대비해 3L만 주유하고 전기차는 100% 충전한(NCM 배터리 16kWh) 조건으로 진행했다.
실험 결과 가솔린차의 화재 확산이 더 빠르고, 외부 온도도 훨씬 높게 올라간다는 사실이 확인했다. 두 차량 모두 실내 온도는 1,300도 수준을 기록한 반면, 외부 온도는 가솔린차가 최고 935도, 전기차는 최고 631도로 차이를 보였다.
이에 현대차는 가솔린차와 전기차 모두 높은 온도여서 불이 날 경우 환경에 따라 인접 차량에 피해를 줄 수 있지만, 전기차 화재가 유독 높은 온도로 인해 주변에 더 큰 피해를 준다는 것은 잘못된 정보라고 밝혔다.
또한 현대차는 지하주차장, 실내에서 화재가 발생한 경우 화재 양상과 피해 규모는 발화 요인이 아니라 스프링클러의 정상 작동 여부에 따라 좌우된다고 밝혔다.
한국화재소방학회가 지난 4월 발행한 ‘지하주차장 내 전기자동차 화재의 소방시설 적응성 분석을 위한 실규모 소화 실험’ 논문에 따르면 스프링클러 작동만으로도 인접 차량으로의 화재 전이를 차단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여기에 더해 전기차 화재에 특화된 하부 스프링클러까지 설치된다면 배터리 열폭주 가능성이 절반으로 줄어든다는 점도 같은 논문을 통해 확인했다.
실제로 지난 5월 전북 군산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는 스프링클러가 정상 작동해 45분 만에 진화했고, 인접 차량은 2대만 화재가 아닌 소화 활동에 따른 피해를 입는 등 화재 규모와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
반면 스프링클러가 작동하지 않은 경우에는 내연기관차 화재이더라도 피해 규모가 큰 편이다.
2022년 대전의 한 아울렛 지하주차장에서 1톤 트럭에서 시작된 화재로 7명이 사망하고 수백억 원의 영업손실을 낸 사고나 2014년 용인시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120여 대의 차량 피해를 낸 사고 등 내연기관차의 화재로 인해 대형 피해가 발생한 사례도 다수 있었으며, 공통적으로 스프링클러가 작동하지 않았다.
현대차는 최근 일부 지자체에서 배터리 배터리 충전량(SoC, State of Charge)에 따라 지하주차장 출입을 제한하는 방안은 화재 발생과 연관성이 미미하다고 밝혔다.
현대차·기아 등 자동차 제조사들은 전기차 배터리를 100% 완전히 충전해도 충분한 안전범위 내에서 관리되도록 설계했다고 밝혔다.
배터리 제조사와 자동차 제조사는 배터리의 내구 수명을 확보하기 위해 일정 수준의 내구 성능 마진을 두고 있으며, BMS(배터리관리시스템)가 사용 가능한 배터리 용량을 재산정하는 리밸런싱(Rebalancing)을 통해서도 추가적인 마진을 확보함.
일반적으로 배터리 충전량은 총 열량과 비례하기 때문에 화재의 규모나 지속성에는 영향을 줄 수 있지만, 배터리 화재의 원인은 셀 자체의 제조 불량 또는 외부 충격 등에 의한 내부적 단락이 대부분이다. 특히 현대차·기아는 과충전에 의한 전기차 화재는 “0건”임을 강조했다.
현대차는 전기차 관련 잘못된 정보의 확산을 막고 올바른 해법을 추구하기 위해 제조사 및 정부를 비롯한 사회 각계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자동차 업계는 고객의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전기차 안심 점검 서비스, 배터리 기본 점검 강화, 배터리 이상 징후 문자메시지 등을 시행하고 있으며, 소방청은 오는 11월 20일까지 3개월간 스프링클러 설비가 갖춰진 전국 아파트 지하주차장 중 10%를 대상으로 화재안전조사를 시행할 예정이며, 전기차 화재진압 전용 장비 확충을 검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