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하기 좋고 예쁜 기계식 키보드, 누피 에어60 V2 (feat. 알로에 축)
||2024.08.26
||2024.08.26
이제 외장 키보드는 업무나 게임을 할 때만 사용하는 아이템이 아니다. PC를 사용하는 환경이 많아지고 태블릿이나 스마트폰 등에 연결할 수 있는 블루투스 키보드 종류도 다양해지면서 어디든 가지고 다니며 사용할 수 있는 키보드를 찾는 이들이 많아졌다. 카페에서도, 사무실에서도, 강의실에서도 빠르고 편하게 타이핑하고, 채팅하고, 문서를 만든다.
특히 요즘은 특유의 타이핑 손맛으로 인기가 많은 기계식 키보드까지 휴대하기 좋게 출시되고 있는데, 작고, 얇고, 가볍고, 예쁘기까지 한 기계식 키보드를 찾고 있다면 오늘 소개할 제품을 눈여겨보자. 한때 여러 펀딩 사이트에서 유명세를 떨친 누피(NuPhy)의 에어60 V2라는 제품이다.
누피 에어 시리즈는 총 3가지의 사이즈로 구성되어 있다. 64키의 60% 배열, 84키의 75% 배열, 100키의 96% 배열이다. 물론 오늘 소개할 누피 에어60(NuPhy Air60)이 60% 배열로 가장 작아 휴대성이 뛰어나다.
위의 사진을 보고 눈치챘겠지만, 누피 에어60은 상단 기능 키도, 우측 숫자 패드도 없다. 딱 필요한 키들로만 구성되어 있는 덕분에 완벽히 미니멀하고 콤팩트하다. 그리고 V2는 기존 제품보다 한층 업그레이드된 두 번째 버전이라는 뜻이다. 콤팩트한 디자인은 그대로 유지됐지만 편의성과 성능이 대폭 개선됐다.
누피 시리즈는 루나 그레이, 아이오닉 화이트, 바솔트 블랙의 총 3가지 컬러로 출시되는데, 오늘의 주인공은 바솔트 블랙(Basalt Black)이다.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평범한 블랙 컬러가 아닌, 상판이 짙은 현무암처럼 은은한 회색빛이 돌면서 알루미늄 특유의 재질이 잘 드러나 고급스럽다.
화려한 색감의 포인트 키 조합이 촌스럽지 않으면서 경쾌한 느낌이다. 제품의 완성도도 매우 뛰어나고, 마감과 디자인 역시 훌륭하다. 일반 기계식 키보드보다 낮게 설계된 로우 프로파일 키보드라 두께가 13.5mm밖에 되지 않으며, 알루미늄 프레임 기계식 키보드임에도 463g으로 가볍다. 가방에 쏙 넣어 가지고 다니기 좋은 크기와 무게다.
제품 크기만큼이나 패키지도 콤팩트한데, 구성은 알차다. 키보드와 2.4GHz 리시버(동글), USB-A to C 케이블 (1.5m) 1개, USB-C to C 케이블 (20cm) 1개, 추가 키캡, 여분의 키 스위치, 키캡 리무버 겸 스위치 풀러, 더스트 커버용 플라스틱 덮개, 그리고 예쁜 캐릭터가 그려진 스티커까지 제공된다. 케이블이 두 가지 종류와 길이로 제공된다는 점도 좋고, 긴 케이블은 측면 포트에 사용하기 용이하도록 L자 케이블로 제공된다는 점도 만족스럽다.
‘키보드에 웬 캐릭터 스티커인가?’라는 생각이 들 수 있겠지만, 이는 누피(NuPhy) 브랜드의 꿈과 관련이 있다. 그들은 좋은 제품을 디자인하는 것 외에 애니메이션 캐릭터 디자인에 대한 관심도 크다. 따라서 그들만의 애니메이션 캐릭터와 세계관을 구축해나가고 있으며, 추후 이를 활용한 모바일 게임을 만들고자 하는 목표도 가지고 있다고 한다.
또한 특이하게도 해외 직구로 구매해도 설명서나 제품 박스에는 한국어 표기도 되어 있다. 물론 한글 각인 자판은 제공되지 않기에, 한글 자판이 필요하고 A/S 문제까지 염려된다면 국내 정식 출시 제품을 구매하는 것을 추천한다.
여분의 키캡은 11개나 추가로 제공된다. 기본적으로 맥용 키 캡이 장착되어 나오지만 윈도우와 리눅스 등의 운영체제도 사용할 수 있기에 ALT, INS, PGDN 등의 기능 키를 변경해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또한 ENTER와 ESC 키는 각각 다른 포인트 컬러로 제공돼 기분에 따라 교체하기 좋다.
바닥면은 반투명한 ABS 재질로 되어있어 안쪽 부품이 다 비쳐 보이며, 컬러 LED를 켰을 때 빛이 투과되어 더 예쁘게 보인다. 물론 바닥면을 볼 일은 거의 없지만 이런 디테일이 보이지 않는 곳까지 디자인을 고민하는 누피만의 아이덴티티를 잘 나타내준다.
높이 조절 스탠드는 V2에서 변경된 요소 중 하나다. 기존에는 자석으로 탈부착할 수 있는 형태여서 실용성이 떨어졌었다. 그러나 이번 버전에서는 접이식 형태의 2단 높이 조절 받침대로 변경돼 간편하고, 높이도 총 3단계로 조절할 수 있다. 완전히 접으면 3.2도, 1단계로 펴면 7도, 2단계로 전부 펴면 10도의 각도가 만들어진다.
상단 정 중앙에는 무게 추 역할을 하는 크롬 플레이트가 거울처럼 반짝이고, 네 귀퉁이에 논슬립 패드가 있어 밀림 없이 안정적인 타이핑이 가능하다.
이 논슬립 패드는 누피 에어 시리즈의 상징이 되어버린 기능을 가능하게 해준다. 바로 맥북 키보드 부분에 올려두고 사용할 수 있도록 거치 슬롯이 되어주는 것이다. 맥북 자판의 크기에 딱 맞는 사이즈로 설계되어 눌림 없이 안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물론 다른 윈도우 노트북에도 사용할 수 있고, 강의실이나 회의실 등에서 노트북 위에 간편하게 올려 사용할 수 있으므로 공간 제약이 적다.
패키지에 기본으로 제공되는 짧은 케이블(USB-C to C)은 위와 같이 노트북과 함께 사용 시 유선 연결 및 충전을 돕는 용도이다. 키감이 조금은 아쉬운 노트북 자판을 이렇게 완벽하게 대체할 수 있다는 점이 누피 키보드의 가장 큰 장점으로 꼽히기도 한다.
연결 방식은 유선, 블루투스 5.1 무선 연결, 2.4Ghz 무선 연결의 세 가지 방식을 모두 지원한다. 블루투스 무선 연결은 3대까지 가능하고 단축키로 자유롭게 디바이스를 전환할 수 있는데, 보통 Fn 키와 숫자 1, 2, 3을 길게 눌러 전환하는 일반 키보드와 달리, 60 키 배열은 기능키가 숫자키에 할당이 되므로 멀티 페어링 기기 전환은 Fn 키 + Q, W, E 키로 하게 된다.
2.4G 리시버를 이용해 연결한 기기는 Rn + R 키를 눌러 전환할 수 있고, 유선 모드는 기본적으로 제공되는 케이블을 이용해 키보드와 사용할 기기를 연결해 주면 간단하다.
키보드 윗면 좌측에 토글 버튼이 있어서 제품을 끄거나, 무선/유선 연결을 직관적으로 손쉽게 할 수 있다. 좌측면의 USB-C 포트는 유선 연결이나 충전 시 이용한다.
아무래도 풀 사이즈 키보드의 60%로 크기를 줄이다 보니 키의 개수도 줄고, 크기와 배열도 달라질 수밖에 없는데, 이 때문에 사용하는 데 불편함이 있을 수 있다.
개인적으로 가장 단점이라 여겨졌던 요소는 오른쪽 쉬프트(Shift)의 크기와 위치. 위쪽 화살표 옆으로 작게 자리한 이 키는 풀 사이즈 키보드에 익숙하다면 잘못 누르기 십상이다.
또한 맥을 사용한다면 기능 키(Fn)를 쓸 일이 많지 않고, 단축키 활용도 쉬운 편이라 에어60 같은 미니멀한 키보드가 더 간단하고 깔끔하다고 생각될 수 있지만, 윈도우를 사용한다면 F1~F12 키가 없어 사용하지 못하거나 추가로 설정해야 한다는 점이 번거로울 수 있다. 물결 기호(~)를 입력하려면 Fn + Shift + Esc와 같이 여러 키를 입력해야 한다는 것도 복잡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기존 모델이 키 매핑을 위해 누피 콘솔을 사용해야 했던 반면, V2부터는 보편적인 QMA와 VIA 소프트웨어를 이용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이다. 이를 통해 원하는 키를 원하는 위치에 자유롭게 설정할 수 있다. RGB LED 백라이트 커스텀도 가능하다.
USB 유선 케이블로 연결 후 VIA 사이트에 접속해 키 매핑을 진행하면 되는데, OS에 관계없이 매핑할 수 있다는 것은 아주 매력적인 요소이다.
또한 VIA 프로그램에 대해 조금만 공부를 한다면 64키의 기본 키들을 조합해 나만의 다양한 단축키/매크로를 만들어낼 수 있으니 익숙해지고 나면 적은 움직임으로 편하게 사용할 수 있다.
처음에만 불편하게 느껴질 뿐 쓰다 보면 적응이 돼서 오히려 나만의 콤팩트한 미니 키보드가 되는 것, 이게 바로 60% 미니 배열 키보드의 매력이다.
V2에서 볼 수 있는 가장 큰 변화는 고성능 MCU & RF 칩셋을 탑재해 2.4GHz 무선 어댑터의 폴링레이트가 500Hz에서 1,000Hz로 변경됐다는 점이다. 폴링레이트(Polling Rate)는 기기에서 PC로 데이터를 전송하는 빈도를 뜻한다. 즉 1,000Hz는 키보드가 PC에 초당 1,000번의 신호를 보내는 것이기에 빠른 응답 속도로 더욱 매끄럽고 안정적이다.
누피의 설명에 따르면 이전 모델에 비해 최대 6배 빠른 입력 속도를 지원한다고 하는데, 정확한 속도를 체크해 보지는 못했지만, 그 어떤 모드를 사용해도 답답함 없이 쾌적했다.
워낙 휴대하기 좋을 정도로 미니멀한 것이 장점인 제품이기에, 게임용으로는 적합하지 않을 수 있으나, 게임 유저라면 좋아할 RGB LED 백라이트도 제공된다. 백라이트 모드는 무려 40가지 모드를 제공해 기분에 따라 바꿔가며 사용하기 좋다. 내구성이 좋은 염료승화 방식의 PBT 키캡을 사용해 백라이트 빛이 직접 투과되어 보이진 않지만, 은은하게 새어 나오는 빛이 예쁘다.
왼쪽과 오른쪽 사이드에 있는 LED는 라이팅 기능을 하기도 하고 상태를 알려주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왼쪽 사이드 라이트는 Caps Lock 활성화, 유선 모드, 블루투스 모드, 2.4G 모드 등을 나타내고, 오른쪽 사이드 라이트는 배터리 잔량, 절전모드 ON/OFF, 윈도우 모드, 맥 모드 등을 표시해 준다.
배터리 또한 2,500mAh로 넉넉한 편이다. 백라이트를 꺼두면 최대 150시간까지 충전 스트레스 없이 사용할 수 있다. 백라이트를 켜고 사용하면 환경에 따라 약 30시간~90시간 정도 사용할 수 있다. 직장에서 사용한다면 주말 동안 충전을 해두고 평일 내내 무선으로 충분히 사용할 수 있는 수준이다.
가장 중요한 스위치는 누피와 게이트론의 협업으로 제작된 게이트론 로우 프로파일 2.0 커스텀 스위치를 사용한다. 기본적으로 적축, 청축, 갈축 스위치 중 하나가 포함되는데, 필자는 가벼운 키감을 느껴보고 싶어 37g 키압을 가진 알로에 축(Aloe Switch)으로 변경했다.
덕분에 살짝 누르기만 해도 키가 눌릴 정도로 매우 가벼운 키압이라 주의가 필요하지만, 장시간 타이핑해도 손에 무리가 없을 정도로 부드럽고 매끄럽다. 타건감도, 타건 소리도 훌륭해 타이핑이 즐겁다. 공장 윤활된 스위치에 내부는 4중 흡음 구조를 적용해 타이핑 시 통울림이 적고 안정적이다.
조용한 도서관에서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소음이 없지는 않으나, 일반 사무실이나 카페 같은 공간에서는 크게 눈치 보지 않고 사용할 수 있을 정도여서 무난하게 사용하기 좋다.
당연히 핫스왑을 지원해 원하는 스위치로 모두 교체하는 것도 가능하다. 만약 다른 스위치의 키감이 어떤지 궁금하다면 여분으로 제공되는 스위치로 하나씩 교체해 체감해 볼 수 있다. 라임색이 알로에(Aloe 37gf), 빨간색이 카우베리(Cowberry 45gf), 연보라색이 위스테리아(Wisteria 55g), 짙은 녹색이 모스(Moss 60gf) 스위치로, 뒤로 갈수록 점점 키압이 무거워진다.
흔히 말하는 일반 리니어(적축) 구조의 무난한 키압을 원한다면 카우베리를 사용하면 된다.
(위: 아우라 F99 / 아래: 누피 에어60 V2)
이렇게 요즘 한창 인기를 끌었던 로프리 플로우, AULA, 레이니에 이어 휴대성 높은 64키 기계식 키보드 누피 에어까지 살펴봤다. 물론 아무리 좋은 키감과 성능을 갖췄다 하더라도 키보드는 개인의 취향에 따라 전혀 다르게 느껴질 수 있는 아이템이다.
같은 스위치라 해도 브랜드에 따라 다르고, 같은 브랜드 안에서도 키캡이나 흡음재 등의 종류에 따라 또 다르게 느껴진다. 그렇기에 가능하다면 키보드는 직접 체험을 해본 뒤 구매할 것을 추천한다. 또한 다양한 스위치와 여러 제품을 사용해 보며 자신에게 가장 편하게 잘 맞는 조합을 찾는 것도 좋겠다.
그중에서도 얇고 가벼워 휴대하기도 좋은 누피 에어60 V2는 가볍고 부드러운 키감으로 편하게 사용할 수 있으면서 디자인까지 예뻐 어디든 가지고 다니며 사용할 제품을 찾는 이들에게 추천한다.
작업 공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미니멀하고, 디자인과 성능, 안정적인 타건감까지 모든 매력을 갖춘 누피 에어60 V2. 작은 만큼 키 배열이 독특해 적응하기까지 시간이 필요하긴 하지만, 적응만 되고 나면 분명 자신에게 꼭 맞는 ‘나만의 멋진 미니 커스텀 키보드’가 되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