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추위도 車 타면 쾌적…현대차·기아, 첨단 열관리 기술 공개
||2024.08.22
||2024.08.22
뜨거운 태양열에도 차량 실내 온도를 섭씨 10도(℃) 이상 낮춘다. 추운 겨울날 차량 내부 온도를 올리지 않아도 온기가 감돈다. 차량 앞유리 성에는 5분 내 사라진다. 현대자동차·기아가 개발한 차량 실내 열관리 기술이다.
현대차·기아는 22일 서울 중구 크레스트 72에서 ‘히트 테크 데이’(Heat Tech Day)를 개최하고 차량 내부 온도를 조절하는 3가지 기술을 공개했다.
현대차·기아는 차량이 하나의 생활 공간으로 변모하는 만큼 차량 내 편한 시간을 보내려는 소비자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냉·난방에 대한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다양한 온도 제어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이번에 공개한 3가지 기술은 ▲차량 유리에 부착하면 실내 온도를 크게 낮추는 ‘나노 쿨링 필름’ ▲탑승객 주위의 발열체를 통해 체감 온도를 끌어올리는 ‘복사열 난방 시스템’ ▲세계 최초로 48볼트(V) 시스템을 적용해 유리 내부 금속 코팅에서 빠르게 열을 내뿜어 서리와 습기를 제거하는 ‘금속 코팅 발열 유리’다.
나노 쿨링 필름 車, 뜨거운 조명 아래 내부 온도 16.7도 줄여
우선 나노 쿨링 필름은 2023년 7월 현대차·기아의 ‘나노 테크 데이’ 행사를 통해 공개된 바 있다.
현대차·기아는 이번 행사에서 기존 대비 향상된 성능과 품질을 바탕으로 제작된 대면적 나노 쿨링 필름을 현대차 ‘아이오닉 6’에 적용해 공개했다. 내·외장 색상이 동일한 차량 2대를 마련해 1대에는 나노 쿨링 필름을 시공하고 나머지 1대에는 출고 상태 그대로 전시했다.
2대의 전시 차량 사이에는 차량의 센터 콘솔 부근 실내 온도를 표시하는 전광판을 마련했다. 차량 위에는 뜨거운 조명을 설치해 차량에 열기를 올리고 있었다. 나노 쿨링 필름 시공 차량은 40.8도가, 시공되지 않은 차량에는 57.5도를 나타내 16.7도 차이를 보였다.
나노 쿨링 필름은 차량 외부 열 차단 역할만 하는 기존 틴팅 필름과 달리 외부 열 차단과 함께 차량 내부 열을 외부로 방출하는 기능까지 갖춘 첨단 소재다.
태양 에너지의 근적외선대 파장을 반사하는 2개 층과 내부의 중적외선대 파장을 외부로 내보내는 1개 층을 포함해 총 3개 층으로 구성됐다. 차량 유리에 부착하는 것만으로도 여름철 실내 온도를 최대 10도 이상 낮출 수 있다는 게 현대차·기아의 설명이다.
특히 가시광선의 투과도를 조절할 수 있어 유리창을 어둡게 하지 않으면서 기존 틴팅 필름과 함께 사용하는 할 수도 있다. 틴팅 필름과 함께 부착한다면 틴팅 필름의 열 차단 효과에 나노 쿨링 필름의 차단·방사 효과가 더하는 게 가능하다.
현대차·기아는 나노 쿨링 필름을 차 유리 외에도 차체 외관, 실내에 적용해 차량 전반에 열을 차단하거나 외부로 방출하는 방향으로 개발하고 있다.
이민재 현대차·기아 에너지소자연구팀 책임연구원은 나노 쿨링 필름의 내구성과 관련해 “현재까지 개발한 상태는 일반 틴팅 필름과 유사하다”며 “다만 와이퍼는 내구성에 민감하다 보니 강화된 버전이 필요하다. 윈드실드에 나노 쿨링 필름을 제공한다면 전용 와이퍼를 함께 제공하는 것을 고려 중이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수명 주기에 대해 “각 적용 부위별로 조금씩 다르겠지만 윈드실드는 2년 정도, 이외는 3년으로 계획 중이다”며 “평균적으로 2~3년으로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현대차·기아는 나노 쿨링 필름 양산 시기를 논의하고 있다. 판매 방식 역시 국내에서는 현대차·기아가 옵션화해 판매하고 해외에서는 현대모비스를 통해 대리점에 판매하는 등 다각적으로 검토 중이다.
겨울철에도 3분 내 차량 내부 ‘훈훈’
현대차·기아는 이날 복사열 난방 시스템에 대해서도 소개했다. 복사열 난방 시스템은 탑승자의 다리 부위를 둘러싼 위치에 복사열을 발산하는 발열체를 적용해 겨울철 탑승자의 몸을 빠르게 덥히는 기술이다.
현대차·기아는 복사열 난방 시스템을 기존 공조 시스템과 함께 활용하면 적정 온도에 도달하는 데 에너지를 17% 절감할 수 있으며 3분 안에 하체에 열기가 전달된다고 강조했다. 특히 실내 난방을 위해 소요되는 에너지 사용량을 줄여 겨울철 전기차 주행거리 확대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대차·기아는 이날 기아 ‘EV9’에 이 기술을 적용, 현장에서 참석자들이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전시된 EV9 실내에는 크래시패드 아래, 발등 위, 도어트림, 센터콘솔 옆, 스티어링 칼럼 아래, 글로브 박스 커버 등 앞좌석 9곳에 복사열 난방 시스템이 적용됐다.
복사열 난방 시스템이 적용된 부위는 일반 실내 소재와 다른 직물 소재가 적용됐다. 직물 소재를 만져보니 겨울철 열을 발생시킨 지 얼마 되지 않은 손난로를 만지듯 적절히 따뜻한 온도가 느껴졌다.
복사열 난방 시스템의 핵심 기술은 고온 필름형 발열체와 화상 방지 시스템이다. 110도까지 열을 발생시키는 필름형 발열체가 각 모듈 안에서 열을 발생시키고 이를 감싸는 직물 소재가 신체에 따뜻한 온도로 열을 조절해 원적외선을 방출한다. 또 각 발열체 모듈에는 신체가 닿는 즉시 이를 감지하고 온도를 낮추는 화상 방지 시스템이 적용됐다.
오만주 현대차·기아 통합열관리리서치랩 연구위원은 “겨울철의 추위를 가장 빠르게 없앨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는 복사 난방이다”며 화상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재질이 가장 중요한데 금속, 플라스틱보다 패브릭 또는 인조가죽을 고려 중이다. 충분한 연구·개발을 통해 열을 견딜 수 있는 소재를 개발할 것이다”고 말했다.
현대차·기아는 복사열 난방 시스템을 앞으로 출시되는 신차에 적용할 계획이다.
금속 코팅 발열 유리로 서리·습기 신속 제거
현대차·기아는 세계 최초로 48V 시스템을 적용한 금속 코팅 발열 유리 기술도 소개했다.
금속 코팅 발열 유리는 차량 전면의 접합 유리 사이에 20개 층으로 구성된 금속 코팅을 삽입해 유리 스스로 열을 발생시켜 겨울철 서리나 습기를 제거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이다. 해당 기술은 2년간 개발 끝에 선보일 수 있게 됐다.
특히 48V의 고전압 시스템을 통해 영하 18도에서도 유리 표면의 성에를 5분 내 완전 제거할 수 있다는 게 현대차·기아 설명이다. 이를 통해 기존 내연기관 공조 시스템 대비 10%가량 더 적은 전력으로 최대 4배 빠른 제상이 가능하다.
여름철 등 더운 날씨에는 전력을 쓰지 않고도 삽입된 금속 코팅이 외부에서 오는 태양 에너지를 최소 60% 차단해 차량 에너지 효율 개선에 도움을 주기도 한다.
앞유리 시인성도 높였다. 캐나다, 북유럽 등 혹한 지역의 전면 유리에 주로 적용되던 텅스텐 와이어 열선과 비교해 열선이 전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빛 번짐이나 왜곡 없이 운전자에게 깨끗한 시야를 제공한다.
이날 행사에는 실제 차량에 탑재되는 것과 동일한 크기의 금속 코팅 발열 유리가 전시됐다. 유리를 자세히 들여다 보니 열선 등이 보이지 않아 깨끗했다. 반면 옆에 설치된 텅스텐 열선 유리에는 돋보기로 보니 가늘고 구불구불한 열선이 보였다.
현대차·기아는 금속 코팅 발열 유리 관련 기술을 국내·외 주요 시장에 특허 출원했으며 향후 출시되는 신차에 적용할 예정이다. 해당 기술을 탑재한 신차는 우선 C세그먼트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이상부터 적용을 검토 중이다.
정기헌 현대차·기아 MLV외장설계1팀 파트장은 “금속 코팅 발열 유리는 면상 발열체로 유리 전면에 코팅됐다”며 “전기 전도성이 가장 좋고 열 반사율이 가장 좋은 금속이 은이기 때문에 금속을 사용했다. 2가지 기능을 복합적으로 살려 가장 우수한 성능을 만들기 위해 금속성 재질인 은을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이성은 기자 sele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