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앱스토어 빗장 풀렸지만 앱 개발사들 여전히 불만...왜?
||2024.08.19
||2024.08.19
[디지털투데이 황치규 기자] 애플이 아이폰 생태계의 핵심인 앱스토어에 대해 행사해왔던 통제력이 마참내 약화하고 있다. 힘의 약화는 유럽연합(EU) 국가들에서 먼저 시작됐다.
포트나이트 게임 개발사 에픽게임스는 유럽에서 아이폰 사용자들을 상대로 대안 앱스토어를 선보였고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스포티파이는 EU iOS 사용자들에게 구독 신청을 위해 자사 웹사이트를 안내하기 시작했다. 모두가 애플의 통제하던 예전에는 할수 없었던 것들이다.
애플은 미국과 몇몇 국가들에서 아이폰에서 개발자들이 자체 앱에서 비접촉 결제를 제공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앞서 애플은 EU에서 반독점 소송건을 해결하기 위해 유럽에서 비접촉 기술을 개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각국, 특히 EU에서 일고 있는 반독점 규제 움직임이 플랫폼 개방과 관련해 꿈쩍도 하지 않을 것 같은 애플을 상대로 변화를 이끌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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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에 발효된 디지털 시장 법(Digital Markets Act)은 플랫폼 회사들을 상대로 서드파티 앱스토어 및 앱 프로모션을 허가할 것도 강제하고 있다. 에픽게임즈와 스포티파이가 iOS 생태계에서 활동 공간을 확대한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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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픽게임즈와 스포티파이는 오랫동안 애플을 상대로 대안 앱스토어와 결제 기능을 제공할 수 있도록 요구해왔다. 애플은 앱스토어에 불공정한 기준들을 부과하고 있으며, 개발자들이 벌어들이는 매출에서 너무 많은 비중을 수수료로 챙기고 있다는게 이들 회사 주장이었다.
이번 조치로 두 회사는 애플을 상대로 나름 의미 있는 승리를 이끌어낸 듯 보인다. 애플은 오랫동안 특유의 월드가든(Walled Garden) 전략에 대해 사용자 프라이버시 및 보안을 위한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수익 측면에서도 월드가드는 먹혀드는 전략이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최근 보도를 보면 앱스토어를 포함하는 애플 서비스 부문은 2023년 회계연도에 832억달러 매출을 기록했다. 애플 전체 매출에서 서비스 부문 비중은 22% 수준이다.
하지만 EU를 시작으로한 각국 정부 규제 속에서 앱스토어 기반 애플 비즈니스 모델을 둘러싼 불확실성은 커지는 모양새다.
애플은 EU 외에 미국에서도 규제 압박에 직면해 있다. 우선 에픽게임즈가 제기한 소송에 대한 판결이 2021년 나오면서 미국에서도 개발자들이 애플 앱스토어 외부에서 이뤄지는 구매를 처리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올해 초 미국 법무부는 애플이 사용자들을 자사 생태계에 가둬 놓기 위해 외부 개발자들이 아이폰과 통합하는 것을 어렵게 하는 방식으로 반독점법을 위반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큰틀에서 정부 규제 속에 애플이 틀어쥐고 있던 통제 파워가 약해지면서 앱스토어 환경에서 경쟁이 이전보다 활성화되는 듯 보인다. 하지만 실질적인 변화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라는 시선도 만만치 않다. 애플이 변화를 취하기는 했는데, 사용자들이 변화를 적극 활용하기엔 이런저런 불편한 점들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에픽게임즈와 스포티파이 역시 여전히 불만이다. 애플이 더 내놔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에픽게임즈의 경우 EU 아이폰 사용자들에게 자체 앱스토어를 제공할 수 있게 됐지만 사용자들 입장에서 에픽게임즈 앱스토어를 이용 않으려면 여러 단계를 거쳐야한다. 아이폰에서 에픽게임즈 앱스토어를 내려 받으려면 사용자들은 웹사이트에서 바로 설치가 가능하도록 설정 변경과 같은 절차를 따라야 한다. 이와 관련 에픽게임즈는 애플이 고의적으로 절차를 복잡하게 만들었다는 입장이고, 애플은 사용자 프라이버시와 보안을 유지하면서 최대한 사용자들이 쉽게 쓸 수 있도록 한 것이라고 받아치고 있다.
WSJ에 따르면 애플이 허용한 외부 인앱 결제 시스템과 관련해서도 개발자들 사이에선 불만이 많다. 높은 수수료 때문이다. 애플은 대안 결제 시스템에서 이뤄지는 앱 거래에 대해 27%를 수수료로 부과하고 있다. 애플 앱스토어 인앱 결제 수수료 30%와 큰 차이가 없다. 애플 앱스토어와 구글 플레이스토어 같은 모바일 앱 마켓 플랫폼 업체들이 특정 인앱 결제를 강제할 수 없다는 것을 골자로 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일명 구글 인앱 결제 강제 방지법이 제정됐음에도 큰 변화가 없는 한국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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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파이는 정부 규제로 iOS 사용자들을 상대로 앱스토어를 우회해 구독을 받을 수 있게 됐지만 아직까지는 가격 정보만 앱에서 제공하고 있다. 사용자들은 스포티파이 앱이나 앱내 링크를 클릭하는 방식으로는 구독할 수 없다. 스포티파이가 애플에 수수료를 제공하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이다.
스포티파이는 이같은 수수료에 대해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스포티파이는 "사용자들이 링크를 클릭하고 구독을 한다면 수수료를 내지 않아야 한다"면서 애플이 지금까지 취한 변화에 만족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WSJ은 전했다.
각국 정부가 이같은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만큼, 애플 입장을 상대로한 압박 수위는 보다 올라갈 가능성도 있다.
미국 법원은 에픽게임즈 소송건에 대해 애플이 규제를 잘 따르는지 여부를 살펴보고 있으며 6월 유럽연합(EU) 반독점 업무를 담당하는 유럽 위원회(EC)는 애플이 앱스토어 관련 규정을 포함해 디지털 경쟁법을 충분히 준수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EC가 애플이 규정을 위반했다고 판단하면 글로벌 매출에 10%에 달하는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