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Q] AI 거품 붕괴인가, 엔캐리 청산인가? 증시 ‘급락’
||2024.08.02
||2024.08.02
[아시아타임즈=김지호 기자] 2일 장에서 국내 증시가 돌연 폭락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모인다. 대통령실까지 나서 일시적인 현상이라며 진화에 나설 정도여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이날 코스피와 코스닥은 전일 대비 각각 101.49포인트(3.65%), 34.20포인트(4.20%) 내린 2676.19와 779.33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피와 코스닥 하락률은 2020년 8월 20일(3.66%), 2022년 6월 23일(4.36%) 이후 각각 가장 높았다.
이날 종가 기준 코스피 시총은 2189조7689억원으로, 전날(2268조4120억원)에 비해 78조6430억억원가량 줄었다. 하루 동안 시총 감소 규모로는 2020년 3월 19일(89조6190억원)에 이어 역대 두번째다.
코스닥 시총은 전일 398조724조에서 381조4148억원으로 16조6576억원이 감소했다. 이날 하루에 코스피와 코스닥에서 증발된 금액이 95조3006억원에 달하는 것이다.
일명 '공포지수'로 불리는 코스피200 변동성지수(VKOSPI)는 전날보다 4.65(27.16%) 상승한 21.77로, 2022년 10월 31일(21.97) 이후 약 1년 9개월만에 가장 높았다.
이날 주가 폭락은 어느 정도 예상됐다. 간밤 미국 뉴욕증시에서 경기침체 공포가 불거지먼셔 엔비디아가 6.67% 내리는 등 빅테크 종목이 줄줄이 하락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특히 인텔(-5.50%), AMD(-8.26%), 퀄컴(-9.37%), ASML(-5.66%), 마이크론(-7.57%), 브로드컴(-8.5%) 등 반도체주와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7.14%)가 급락하면서 국내 반도체주에도 부담을 줬다.
1일(현지시간) 미국 공급관리협회(ISM)는 지난 7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46.8을 기록하며 업황 위축과 확장 가늠선인 50을 밑돌았다고 발표했다. 이는 시장 예상치 48.8을 하회하는 수치다. 7월 수치는 전월치인 48.5도 밑돌았다.
특히 ISM 제조업 PMI의 하위지수인 고용지수는 43.4로 전달에 비해 5.9포인트 급락했는데,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사태 직후인 2020년 6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하면서 투자자들의 공포감을 키웠다.
이날 SK하이닉스는 10.40%나 내렸는데 이는 2011년 8월 18일(-12.24%) 이후 최대 하락폭이었다. 상장 이후로는 14번째로 높은 하락률이다. 삼성전자(-4.21%), 한미반도체(-9.35%) 등 국내 대형 반도체가 줄줄이 내렸고 대만 증시의 TSMC도 5.94% 하락했다.
국내 증시의 하락세가 심상치 않자 이날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어제 미국에서 경제지표가 잘 나오지 않았고 장외에서 주가가 많이 내린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며 "이런 부분은 일시적인 현상으로 보고 있고 조금 지나면 회복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한 것으로알려졌다.
문제는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의 말대로 단기간에 증시의 회복이 가능하냐 여부다. 강진혁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와 지정학적 불확실성 등이 겹치면서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가 확대되고 있다"며 "최근 이스라엘이 레바논의 수도 공습 후 하마스 지도자를 암살하면서 급박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일본은행(BOJ)이 지난달 31일 단기 정책금리를 0∼0.1%에서 0.25%로 인상하면서 엔 캐리트레이드(금리가 낮은 엔화를 빌려 고금리 통화 자산에 투자하는 것) 청산에 따른 외국인 매물이 출회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앞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전일 금융상황 점검회의에서 "최근 BOJ의 금리 인상으로 엔캐리 청산 가능성이 커지는 상황"이라며 "국내 유입 금액은 크지 않으나, 위기상황에서 엔캐리 청산이 발생하면 시장 변동성을 증폭시킬 수 있으므로 모니터링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날 코스피와 코스닥에서 외국인은 각각 8474억원, 1501억원을 순매도했다. 기관도 각각 7805억원, 897억원을 내다팔았다.
하건형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과 일본 간 통화정책 차별화가 완화될 경우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며 "구조적 투자 메커니즘이 훼손될 경우 캐리 트레이드의 무질서한 청산 가능성도 상존한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 대외 충격과 함께 미국의 금리 인하가 동반될 경우 캐리 트레이드 청산이 확대되며 금융시장 변동성을 키웠다"며 "예상과 달리 경기 급랭 속에 급격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가 이뤄질 경우 엔캐리 트레이드의 추가 청산으로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가 동반될 가능성도 잔존한다"고 설명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AI 성장성', '트럼프 트레이드', '경기 침체 우려' 등 여러가지 명분으로 엔캐리 드레이드 청산 물량이 나오는 것으로 보인다"며 "우에다 가즈오 BOJ 총리가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이 본격화 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엔캐리 드레이드 청산이 한 5부 능선 정도는 지난 것으로 보이고 경기 침체가 단기간에 가시화되는 건 아닌 만큼 보유한 주식은 손절매는 하지 말고 오히려 추가 매수의 기회로 삼는 게 바람직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본부장은 "미국은 금리 인하를 예고한 반면, BOJ는 금리 인상을 단행하면서 엔캐리 트레이드가 일부 청산될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며 "단기적 수급 영향은 불가피하지만, BOJ의 금리 인상이 빠른 속도로 단행도긴 어려워 우려는 과도한 것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