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수스 비보북 S 15 OLED ②성능편 “x86 기반 PC라는 고정관념 벗어날 계기” [리뷰]
||2024.08.02
||2024.08.02
에이수스 ‘비보북 S 15 OLED’의 중요한 특징 중 하나는 PC의 심장이라고도 불리는 ‘프로세서’다. 지금까지 거의 모든 PC는 인텔이나 AMD의 ‘x86’ 아키텍처 기반 프로세서를 사용해 온 바 있다. 하지만 에이수스의 ‘비보북 S 15 OLED’ 등 현재의 ‘코파일럿+ PC’들은 지금까지와의 아키텍처와는 전혀 다른 성격을 가진, Arm 아키텍처 기반으로 설계된 ‘퀄컴 스냅드래곤 X 시리즈’ SoC(시스템온칩)를 탑재하고 있다. 물론 Arm 아키텍처 기반 프로세서는 거의 모든 스마트폰과 태블릿에서 사용되는 만큼, 다른 부분에서는 아주 익숙한 존재기도 하다.
지금까지 일반적인 PC에 사용되던 x86 아키텍처 기반 프로세서와 비교해,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등에 사용되던 Arm 아키텍처 기반 프로세서는 전력 소비 측면에서 유리하지만 성능 측면에서 경쟁이 어렵다는 것이 지금까지의 일반적인 인식이었다. 하지만 이런 상황은 최근 몇 년간 꽤 많이 바뀌었다. Arm 기반 아키텍처에서도 메인스트림 급 x86 프로세서에 필적할 만한 ‘빅 코어’가 등장했고, x86 아키텍처에서도 모바일 디바이스에 들어갈 만한 저전력 설계가 가능하게 된 것이다.
애플이 2020년 인텔의 프로세서 대신 Arm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자체 설계한 M1 칩을 맥북 제품군에 탑재하기로 결정한 것은 이런 변화를 상징하는 사건이었다. 퀄컴과 마이크로소프트 또한 지난 2019년부터 꾸준히 여러 가지 시도를 해 왔지만, 디바이스 자체의 성능과 소프트웨어 생태계 문제가 계속 발목을 잡아 왔다. 하지만 ‘AI PC’ 시대로의 변화는 단순한 ‘세대 교체’ 이상의 큰 변화의 계기가 될 수 있는 만큼, PC 생태계 또한 새로운 가능성에 대한 관심이 높은 모습이다.
에이수스의 ‘비보북 S 15 OLED’에 탑재된 프로세서는 퀄컴의 ‘스냅드래곤 X 엘리트’ 시리즈 중 ‘X1E-78-100’ 모델이다. 이 모델은 스냅드래곤 X 엘리트 제품군 중 상대적으로 가장 성능이 낮은 모델이기도 하다. 프로세서 측면으로는 ‘오라이언(Oryon)’ CPU코어를 12개 탑재하고 있으며, 최대 동작 속도는 3.4GHz고, 별도의 동작 속도 부스트 기술은 없다. 그래픽처리장치(GPU) 측면에서도 상위 모델에 비해 약 82% 정도의 성능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신경망처리장치(NPU) 성능은 모든 제품군에서 45TOPS(초당 45조회 연산)를 제공해, ‘코파일럿+ PC’ 기준을 충족시킨다.
지금까지 Arm 아키텍처 기반 프로세서라 하면 ‘저전력’을 떠올렸지만, ‘비보북 S 15 OLED’에 탑재된 스냅드래곤 X 엘리트는 그렇지 않다. 비보북 S 15 OLED는 두 개의 팬과 히트파이프를 갖춘 강력한 냉각 설계와 함께, 최대 45W 열설계전력(TDP) 구성으로 성능을 극대화했다. 45W TDP 설계는 기존 인텔이나 AMD의 프로세서에서도 고성능 제품들의 영역으로, 효율을 넘어 고성능 영역에서까지 경쟁력을 갖추고자 한 점이 눈에 띈다.
메모리는 여타 제품들 대비 넉넉한 32기가바이트(GB) 용량을 갖춘 점이 눈에 띈다. 사용된 메모리는 8448MT/s 성능의 LPDDR5x 메모리로, 시스템 수준에서의 최대 메모리 대역폭은 135GB/s 정도다. ‘코파일럿+ PC’에서의 최소 메모리 구성 가이드라인은 16GB 정도지만, 실질적으로 AI 모델과 콘텐츠 제작 등의 고급 작업을 고려하면 32GB 메모리 쪽이 매력적이다. 스토리지도 PCIe 4.0 NVMe 타입으로 1테라바이트(TB) 용량을 제공해, 용량과 성능 모두 부족함이 없다.
한편, ‘비보북 S 15 OLED’에 사용된 ‘윈도11’은 ‘Arm 기반’으로, 기존의 ‘x86 기반’과 완전히 호환되지는 않는다. 이는 하드웨어 아키텍처 측면에서부터 완전히 다르기 때문으로, 아키텍처 측면을 넘어가는 호환성을 위해서는 ‘에뮬레이션’이 필요한 상황이다. 현재 Arm 기반 윈도11에서는 Arm 기반을 위한 전용 앱은 물론, x86기반 윈도에서 사용하던 애플리케이션의 상당수를 활용할 수 있다. 하지만 AVX 명령어 등을 사용하는 애플리케이션 등 일부는 사용할 수 없다. 게임도 상당수의 게임이 구동 가능하지만, 완전하지는 않다.
테스트에 사용한 ‘비보북 S 15 OLED’는 퀄컴 스냅드래곤 X 엘리트 X1E-78-100 SoC와 32GB 메모리, 1TB 스토리지 구성을 갖춘 모델이다. 운영체제는 기본 탑재된 마이크로소프트 윈도11 24H2를 사용했고, 제조사 제공 최신 드라이버와 주요 업데이트들을 모두 적용했다. 테스트 시나리오는 일반적인 x86 프로세서 기반 노트북들과의 이론적 연산 성능, 실제 사용자가 체감할 수 있는 성능 부분을 모두 확인했다.
마이크로소프트 오피스 기반 문서 작업 성능을 확인하는 UL 프로시온(Procyon)의 ‘오피스 생산성’ 테스트에서, 비보북 S 15 OLED는 제법 훌륭한 성능을 선보였다. 마이크로소프트는 Arm 아키텍처 기반의 시스템을 위한 ‘Arm 네이티브’ 오피스 365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으며, 이를 활용할 때는 일반적인 x86 기반 환경에서의 오피스 대비 손색없는 기능과 성능을 확인할 수 있다. 한편, 테스트 환경에서는 외부 전원 연결 여부에 따라 다소 성능 차이가 보이긴 한데, 배터리 사용 시의 성능도 충분히 훌륭한 수준이다.
프로세서 집약적인 전문 작업 환경의 성능을 확인할 수 있는 ‘시네벤치(Cinebench) 2024’ 테스트에서도 ‘비보북 S 15 OLED’는 제법 인상적인 성능을 보인다. 수치로만 보면 ‘비보북 S 15 OLED’에 탑재된 퀄컴 스냅드래곤 X 엘리트는 싱글 코어에서는 인텔의 최신 ‘코어 울트라’와 동급의, 멀티 코어 성능에서는 좀 더 많은 코어 수로 더 나은 모습을 보인다. 특히 최대 45W 급 TDP의 시스템 설계가 여유롭게 보일 정도로 발열도 양호한 모습이다. 또한 이 테스트에서는 전원 연결에 따른 성능 차이도 나타나지 않았다.
뛰어난 NPU 성능에 기인한 높은 AI 성능도 인상적이다. UL 프로시온의 ‘AI 컴퓨터 비전’ 테스트에서 비보북 S 15 OLED는 퀄컴의 NPU 최적화 라이브러리를 활용했을 때 꽤 인상적인 성능을 보였다. 이는 대략 현재 인텔 코어 울트라의 ‘AI 부스트’ 보다 정수연산 기준 3배 이상이고, 제법 고성능의 메인스트림 급 외장 그래픽카드에서 기대할 만만 수준이다. 물론 하드웨어에 최적화된 정수연산 기준 모델이 필요하다는 제약이 있겠지만, 현재 모델의 경량화와 최적화 추세를 생각하면 충분히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도 기대된다.
하지만 게이밍에서는 다소 실망스러운 모습이다. 비보북 S 15 OLED는 3D마크(3DMark)의 타임 스파이(Time Spy) 테스트 결과에서 1800~1900점 가량을, 솔라 베이(Solar Bay) 테스트 결과에서는 1만점 가량의 성능을 보였다. 이 중 ‘타임 스파이’ 테스트 결과는 대략 현재 인텔의 ‘코어 울트라’나 AMD의 ‘라이젠 8000 시리즈’와 비교하면 절반 정도이며, 인텔의 13세대 코어 프로세서까지 사용된 ‘아이리스 Xe’ 내장 그래픽 코어와 비슷한 정도로, 게이밍 성능을 그리 기대할 수 있을 정도는 아니다.
실제 게이밍 성능에서는 희망과 실망이 공존한다. 희망적인 부분은 일단 ‘의외로 할 수 있는 것들이 많다’는 점이다. 실제 기존 x86 아키텍처만을 지원하는 ‘쉐도우 오브 더 툼레이더(Shadow of the Tomb Raider)’나 ‘GTA 5’ 등의 게임도 설치, 실행이 별다른 어려움 없이 가능했다. 하지만 ‘성능’ 부분은 조금 실망스러워서, 1080p 기준 ‘낮음’ 옵션에서 간신히 30프레임을, ‘최소’에서는 35프레임 전후에 그쳤다. 이는 최적화 측면의 문제도 있겠지만, 근본적으로 퀄컴 스냅드래곤에 탑재된 GPU 성능 자체가 그리 높지 않은 것이 이유다.
한편, 실제 사용자가 느낄 ‘배터리 사용 시간’에 대한 만족도는 제법 높을 것으로 보인다. UL 프로시온의 ‘1시간 배터리 소비’ 테스트에서, 오피스 작업 시에는 시간당 배터리 7%를, 영상 재생시에는 시간당 배터리 8% 정도를 소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탑재된 70와트시(Wh) 배터리로 일반적인 웹 서핑이나 문서 작성 정도로는 13시간 이상을 사용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하지만 Arm 아키텍처를 위한 네이티브 앱이 아닌 x86 호환성 모드를 사용하는 등의 환경에서는 예상보다 배터리 소비가 심한 상황이 나타나기도 한다.
에이수스의 ‘비보북 S 15 OLED’는 여러 모로 최근 몇년간 다소 ‘지루함’이 느껴지던 노트북 PC 업계에 긴장감을 불어넣을 수 있을 제품이다. 특히 퀄컴의 ‘스냅드래곤 X 엘리트’ 프로세서를 사용한 ‘코파일럿+ PC’는 현재 인텔이나 AMD의 최신 세대 프로세서 대비 운영체제 수준에서의 AI 기술 지원에서 차별화된 위치에 있다. 지금까지 PC 생태계가 이어 온 ‘호환성’보다 앞으로의 ‘AI 시대’에 주목한다면, ‘비보북 S 15 OLED’는 주목할 만한 가치가 있는 제품이다.
지금까지의 ‘x86’ 프로세서 대신 ‘Arm’ 아키텍처 기반 프로세서를 사용하는 데서 오는 불안 요소는 결국 ‘효율’과 ‘호환성’ 사이의 고민이 될 것이다. 이미 Arm 아키텍처 기반 칩들도 성능 향상을 위해 예전보다 많이 확장됐고, 지금은 최대 성능 수준에서는 메인스트림 급 x86 프로세서에 손색 없는 성능을 제공한다. 단, 성능을 끌어올린 만큼 효율 면에서는 기대보다 x86과의 차이가 크지는 않다. 소프트웨어 측면은 앞으로의 시장 규모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지속적으로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 다른 고민은 ‘가격’이다. 이 ‘비보북 S 15 OLED’의 공식 가격은 179만9000원으로, ‘브랜드’를 생각하면 다소 높게 느껴지기도 한다. 물론 제품의 구성이나 성능을 생각하면 충분히 납득 가능한 가격이며, ‘맥북 에어’와 비교한다면 충분히 높은 경쟁력을 보인다. 하지만 이 가격대는 인텔이나 AMD의 프로세서를 사용한 주요 브랜드들의 고급형 제품들과도 경쟁해야 할 자리다. 무엇보다, ‘비보북 S 15 OLED’가 경쟁하고 넘어야 될 벽은 여러가지 ‘고정 관념’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든다.
권용만 기자 yongman.kwon@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