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볍고 실용적인 사무용 노트북을 찾는다면, 씽크패드 X1 카본 12세대
||2024.08.01
||2024.08.01
‘노트북’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브랜드를 얘기할 때 레노버 씽크패드를 빼놓을 수 없다. 키보드 한가운데 빨간 점 같은 버튼이 있는 노트북을 한 번도 보지 못한 사람이 있을까?
이 빨콩(트랙포인트) 하나로 헤어 나오기 힘든 특유의 감성을 만들어낸 씽크패드는 용도나 등급에 따라 P, T, X, X1, L, Z, E 등의 알파벳으로 구분되는 다양한 라인업의 시리즈들로 출시되고 있다. 간단하게 분류해 보자면 P 시리즈는 씽크패드 내 최고 사양의 워크스테이션 라인, X, T 시리즈는 고사양의 프리미엄 라인, X1, Z 시리즈는 성능과 휴대성을 겸비한 하이엔드 라인, L 시리즈는 가성비를 강조한 보급형 라인, E 시리즈는 기본에 충실한 저가형 라인이라 할 수 있다.
그중 X1 라인, 특히 ‘X1 카본’ 라인은 가벼운 무게, 얇은 디자인, 훌륭한 성능의 3박자를 고루 갖춘 플래그십 라인이자 씽크패드 사무용 비즈니스 노트북을 대표하는 모델로 꼽힌다. 최근 국내에 씽크패드 X1 카본 12세대가 출시됐는데, 새로운 X1 카본은 어떤 특징이 있는지 리뷰를 통해 알아보자.
X1 카본의 역사는 1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2년, 탄소섬유(Carbon fiber)를 사용해 무게와 내구성을 크게 개선하고 얇은 디자인을 채택한 X1 카본이 처음 공개됐을 때, 사람들은 ‘놀라울 정도로 가볍고 견고한 매력적인 노트북’이라는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당시 주를 이루던 무겁고 투박한 노트북에 지친 소비자들의 마음을 제대로 겨냥하며 큰 사랑을 받은 X1 카본은 지금까지도 그때의 DNA를 고스란히 간직한 모델을 꾸준히 출시해오고 있다. 그리고 지난 4월, 기다리던 X1 카본 12세대가 공개됐다.
14인치 디스플레이임에도 312.8mm x 214.75mm x 14.96mm의 작은 크기에 무게는 1kg을 조금 넘을 정도로 가볍다. 그럼에도 항공우주 등급의 탄소섬유 섀시를 적용해 튼튼한 내구성까지 갖췄는데, 미국 국방성 군사 규격 밀스펙 중 최신 규격인 MIL-STD 810H 인증을 받아 사막의 먼지 폭풍부터 북극까지 어떤 극한의 환경에서도 안정적으로 작동하는 견고함을 보여준다. 외부 업무나 이동하면서 사용할 일이 잦아도 어디든 부담 없이 가지고 다니며 안심하고 사용하기 좋다는 뜻이다.
좋은 제품을 만드는 것도 좋지만 계속해서 수질 오염, 기후 변화, 자원 고갈 등 각종 환경 문제가 대두되고 있는 만큼, 레노버 씽크패드는 X1 카본의 상판, 하판, 배터리, 케이블, 키캡, 어댑터, 스피커 등에 재활용 마그네슘, 재활용 알루미늄, PCC(Post-Consumer Content) 재활용 플라스틱 등 각종 재활용 산업 소재를 적극 사용하며 씽크패드가 추구하는 지속가능성의 가치를 온전히 담아냈다.
디자인을 먼저 살펴보자면, 요즘 새롭게 출시되는 레노버 씽크패드 제품군에서 볼 수 있는 상단 역노치가 적용된 것을 볼 수 있다. 호불호가 심해 논란이 되고 있는 부분인데, 레노버가 ‘커뮤니케이션 바’라고 부르는 이곳엔 2개의 카메라(FHD 및 적외선(IR) 센서 카메라)와 AI 기반 노이즈 캔슬링 기능을 갖춘 360도 쿼드 어레이 마이크 2개가 탑재되어 있다.
이전 세대보다 카메라 품질이 현저히 좋아지지는 않았지만, 저조도 비디오 향상 기능을 갖추고 회의 플랫폼 ‘줌(Zoom)’의 공식 인증을 받은 만큼, 화상 회의나 비대면 소통 시 쾌적한 환경에서 이용할 수 있다.
보안을 중요시하는 사무용 비즈니스 노트북답게 기본적으로 웹캠 프라이버시 셔터가 있어서 카메라를 사용하지 않을 때에는 쉽고 안전하게 물리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 또한 IR 카메라와 컴퓨터 비전(Computer Vision) 기반의 인체 감지 기능으로 별도의 비밀번호 입력 없이 윈도우 헬로(Windows Hello)를 이용한 얼굴 인식 잠금 해제도 가능하다.
역노치가 깔끔한 씽크패드의 디자인을 해치는 요소이긴 하지만, 개인적으로 노트북을 열 때 손잡이 역할을 해주어 나쁘지는 않다. 바깥쪽에서 보이는 부분 역시 상판과 같은 소재를 사용해 눈에 조금 덜 띄게 했다면 어땠을까 싶지만, 며칠 사용하며 익숙해지니 크게 거슬리진 않았다.
전작들과 비슷하게 확장성은 훌륭한 편이다. 기기 좌측면에 USB-A 포트 1개와 USB C 타입 포트 2개가 있다. 둘 다 썬더볼트 4(40Gbps) 포트이기에 빠른 데이터 전송이 가능하고 다양한 기기를 연결해 사용할 때에도 이점이 있다. 그뿐만 아니라 USB PD 충전 역시 지원하기에 전용 충전 어댑터를 가지고 다닐 필요도 없다. 리뷰에 사용된 모델은 없는 버전이지만 썬더볼트 포트 옆에 옵션으로 나노심(Nano SIM) 슬롯을 추가할 수 있다.
우측에는 전원 버튼, 3.5mm 헤드폰/마이크 콤보 잭, USB-A 포트 1개와 풀사이즈 HDMI 2.1 포트(최대 60Hz에서 4K 해상도 지원), 도난 방지를 위한 켄싱턴 나노 보안 슬롯이 있다. 7세대처럼 전원 버튼이 측면으로 이동한 점이 인상적인데 레노버 밴티지(Lenovo Vantage) 관리 앱 설정에서 노트북 덮개를 열 때 전원이 바로 켜지도록 해두면 전원 버튼을 사용할 일은 많지 않다.
14인치 디스플레이는 역노치 덕분에 베젤이 전체적으로 얇아져 더욱 시원시원한 화면을 볼 수 있다. 기존과 같은 16:10 화면비를 지원해 디자인 작업이나 멀티태스킹 시 보다 넓은 작업 공간을 확보할 수 있어 효율적이다.
스크린의 경우 구매 시 일반 1920x1200 해상도의 IPS 저전력 패널 또는 최대 2.8K 해상도의 프리미엄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디스플레이를 선택할 수 있다. 씽크패드의 매력은 용도나 기호에 맞게 각각의 파츠를 선택해 나만의 컴퓨터를 꾸밀 수 있다는 것인데, 터치/비터치 디스플레이는 물론 사생활 보호에 효과적인 이프라이버시(ePrivacy) 필터 모델도 선택할 수 있다.
훌륭한 시야각과 400니트의 밝기를 지원해 야외에서도 불편하지 않고, 티유브이 라인란드(TÜV Rheinland)와 미국의 아이세이프(Eyesafe)가 공동 개발한 아이세이프 인증을 받아 긴 시간 작업해도 눈의 피로가 덜하고 부담이 적다. 참고로 아이세이프 인증은 화면에서 방출되는 블루라이트의 유해 영향도가 0.085 이하인 제품에만 수여된다.
상판과 하판은 여전히 180도로 젖혀지는 힌지 구조를 가졌는데, 내구성이 훌륭하고 각도 조절이 부드럽고 안정적이다. 그 이상 뒤로 꺾이진 않지만 완전히 일자로 펼쳐지기에 팀플이나 회의처럼 여러 사람이 모여 스크린을 봐야 할 때 매우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키보드의 키감과 타건감이 업그레이드된 것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기존에 X1 카본 6세대를 사용하다 12세대를 접하니 부드러우면서 탄력 있는 반발력이 더욱 잘 느껴졌으며, 빠르고 안정적인 타이핑이 가능했다. 저절로 업무의 능률까지 오르는 느낌이었달까. 가히 근래 만져본 노트북 키보드 중 가장 타건감과 키감이 좋았다고 자부할 수 있다.
키감 외에도 키보드에는 이번 세대에 달라진 것들이 몇 가지 있는데, 그중 하나가 Fn (기능) 키와 Ctrl (컨트롤) 키의 위치가 바뀐 것이다. 아무래도 윈도우를 사용하다 보며 Ctrl+C / Ctrl+V와 같은 단축키를 자주 사용하기에 컨트롤 키를 누를 일이 많다. 그래서 대부분의 윈도우 노트북이나 윈도우용 키보드는 컨트롤 키를 가장 바깥쪽에 배치한다. 하지만 기존 씽크패드 모델들은 Fn 키가 바깥쪽에 위치해 많은 이용자들이 키 스위칭 옵션으로 새롭게 매핑하여 사용해오곤 했다. 이제는 그런 번거로움이 사라졌다. 물론 레노버 밴티지 소프트웨어에 키 스위칭 옵션이 여전히 제공되니 기존 배열이 익숙하다면 변경해서 사용하면 된다.
프린트 스크린(PrtSc) 키가 사라지고 방향키 옆에 지문인식 센서가 추가된 것도 달라진 점이다. 보안을 위해 웹캠 프라이버시 셔터를 닫아두면 얼굴인식 잠금 해제를 이용할 수 없어 불편한데 이럴 때 지문인식을 사용하면 매우 빠르고 편하다. 또한 한/영 키나 한자 키를 누르려다 실수로 프린트 스크린 키를 누를 일도 없어졌다. 참고로 12세대의 프린트 스크린 기능은 Fn+F9 조합으로 이용할 수 있다.
시각 장애가 있는 사용자를 위한 키보드 촉각형 표시도 추가됐다. 보통 거의 모든 노트북, 키보드에는 F와 J 키에 조그맣게 돌출된 촉각형 표시가 있는데, X1 카본 12세대는 F2, Insert, Fn, Enter, 아래 화살표 등에도 추가해 편의성을 높였다.
트랙패드도 기존 110mm에서 120mm로 커졌다. 넓은 공간에서 작업할 수 있어 편한 것은 당연하고 터치가 매우 부드럽고 안정적이면서 반응 수준도 훌륭해 만족스럽다. 트랙패드는 기존과 동일한 물리 버튼이 있는 ‘클릭 트랙패드’와 햅틱을 지원하는 ‘터치패드’ 모델 중 선택할 수 있는데, 아직까지는 클릭 트랙패드를 선호하는 이들이 더 많다.
전체적인 컴퓨팅 성능은 어떻게 개선됐을지 여러 벤치마크 프로프램을 통해 알아봤다. 참고로 리뷰에 사용된 제품은 가장 높은 인텔 코어 Ultra 7 165U vPro 프로세서를 탑재했으며, 램은 16GB LPDDR5X, SSD는 512GB 모델이다.
먼저 긱벤치 6.3 점수는 싱글코어 2344점, 멀티코어 9679점으로, 아주 높은 점수는 아니지만, 부족함 없는 CPU 성능을 보여준다. OpenCL 점수는 17586점이다.
씨네벤치 R23은 멀티코어 10041점으로 꽤나 높은 점수를 보여주었다. 고성능을 필요로 하는 작업도 매끄럽게 실행할 수 있을 정도로 효율적인 인텔코어 울트라7 프로세서의 성능을 잘 보여주는 부분이다.
비즈니스 노트북이기에 게임을 구동할 일은 많지 않겠지만 강력한 성능을 자랑하는 인텔 ARC 내장 그래픽이 탑재되었기에 3D마크(3DMARK)도 구동해 봤다. 타임 스파이 스코어는 1971점, 파이어 스트라이크 스코어는 5111점이 나왔다. 게이밍 노트북이 아님에도 웬만한 게임은 무난하게 플레이할 수 있을 정도이며, 특히 CPU 컴퓨팅 성능의 점수가 높은 것이 눈에 띈다.
X1 카본 12세대는 듀얼팬이 적용되고 하판 통풍구 구조도 양쪽으로 변경되면서 발열 처리 능력이 전작 대비 42%나 높아졌다. 쿨링 성능이 훌륭해 고성능을 필요로 하는 무거운 작업이 아니라면 발열이나 팬 소음이 잘 느껴지지 않아 쾌적하다. 벤치마크 프로그램을 돌리는 동안에도 온도가 약 42도 정도로 유지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표면에서 약간의 따뜻함이 느껴지는 정도.
크리스탈 디스크 마크(CrystalDiskMark)를 통해 스토리지 성능도 체크해 보았는데 최대 읽기 속도 7089MB/s, 최대 쓰기 속도 5085MB/s로 고성능 모델답게 매우 빠른 속도를 확인할 수 있다.
배터리 사용 시간도 개선됐다. 최적화된 전원 분배 기능을 가진 3셀 리튬 폴리머 57Wh 배터리와 저전력 NPU(신경망처리장치)가 내장된 프로세서 덕분에 전력 소모가 효과적으로 줄었다. 전원코드를 연결하지 않은 상태에서 문서 작업, 영상 시청, 웹서핑 등의 일반적인 작업 시 약 8~9시간을 사용할 수 있다. (OLED 디스플레이 선택 시 사용시간이 줄어들 수 있다.)
고속 충전을 지원하기에 65W 이상 어댑터를 사용한다면 1시간 충전으로도 배터리의 약 80%를 충전할 수 있다.
최근 씽크패드의 트레이드 마크라 할 수 있는 빨콩을 트랙포인트로만 쓰지 않고 새로운 기능을 담당하는 일종의 기능 버튼으로도 사용하는 추세인데, X1 카본 12세대는 빨콩을 두 번 톡톡 탭하면 배터리, 카메라, 오디오 등의 설정을 할 수 있는 퀵메뉴가 실행된다. ‘씽크패드 트랙포인트 빠른 메뉴’라 불리는 이 기능은 로딩이 조금 느려 답답함이 느껴질 수 있지만, 다양한 기능을 손쉽게 사용할 수 있어 잘 활용하면 편하게 사용할 수 있다. 물론 기호에 따라 아예 기능을 끌 수도 있고 소음 차단, 음성 입력, 쾌속 청소, 음성을 텍스트로 간편하게 변환하는 받아쓰기 도구 모음 등 원하는 기능을 설정할 수도 있다.
개인적으로 자주 사용하는 기능은 쾌속 청소인데, 이는 일정 시간 동안 키보드 입력을 잠가주는 기능이다. 코로나19 이후 위생에 신경을 쓰게 되면서 자주 사용하는 노트북도 자주 닦게 되는데, 맥북을 비롯한 일부 노트북은 키가 눌리며 전원이 켜지거나 제멋대로 입력이 돼 불편했다. 하지만 이 쾌속 청소 모드를 사용하면 언제든 전원을 끄지 않고도 마음껏 청소할 수 있다.
자주 사용하는 스마트폰과 노트북 간의 구분을 없애는 연결성도 훌륭하다. 바로 인텔의 ‘이보(EVO)’ 규격 노트북과 다른 스마트 기기를 손쉽게 연결해 주는 ‘인텔 유니즌(Intel Unison)’이 지원되기 때문이다. 인텔 유니즌을 활용하면 노트북을 iOS나 안드로이드 스마트폰과 동기화하는 것이 가능하고 PC에서 전화 통화, 문자 전송, 파일/사진/동영상 전송도 가능해 업무를 더욱 효율적으로 할 수 있다. 그야말로 비즈니스 노트북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하는 기능인 셈이다.
여기에 기존 레노버 노트북 유저라면 익숙할 ‘레노버 밴티지(Lenovo Vantage)’ 관리 소프트웨어는 다소 까다로울 수 있는 업데이트를 자동화하고, 성능을 향상시키며 데이터를 보호한다. 전원이나 사용하면서 활용하게 되는 다양한 기능을 한곳에서 손쉽게 관리할 수 있다.
새로운 X1 카본은 고사양 게임을 즐길 수 있을 정도로 압도적인 성능은 아니지만 다양한 편의성이 두루 제공되고, 효율적인 업무를 지원하기 위해 최적화된 노트북이 아닐까 싶다. 특히 보안성과 내구성에 있어서만큼은 씽크패드를 따라올 노트북이 또 있을까.
비록 그만큼 비싼 금액이 발목을 잡긴 하지만, 휴대성도 확보하면서 다양한 작업을 두루 할 수 있는 노트북, 가볍고 실용적인 사무용 노트북을 찾는다면 씽크패드 X1 카본 12세대를 고려해 볼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