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래도 운전자 탓? 국과수 ‘급발진’ 조사 결과 충격 반전 드러났다
||2024.07.30
||2024.07.30
최근 인터넷을 뜨겁게 달군 사건이 있었다. 서울 시청역 인근에서 역주행하던 자동차가 16명의 사상자를 냈고, 운전자는 급발진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대부분의 과거 사례에서는 급발진을 주장한 운전자의 운전 미숙으로 판별난다. 이번에도 68세 운전자는 급발진이라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이후 국과수는 운전자의 책임이 더 크다는 조사 결과를 내놨고 여론은 다시 고령 운전자를 질타했다.
지난 4월에도 함안에서 두 살배기 손녀를 태운 투싼 SUV가 여러 차량과 부딪히고 도로 표지판과 충돌한 끝에 전복된 사고도 운전자의 주장과는 다르게 급발진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국과수의 결과가 발표됐다.
국과수의 전문성을 의심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국과수가 증거로 삼는 사고기록장치, EDR(Event Data Recorder)이 무엇인지 자세히 살펴보면 다른 의견이 나올 수 있다. 이는 원래 제조사가 차량 에어백이 터지는 과정을 보기 위해 장착한 소프트웨어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이 장치가 사고기록장치로써 다뤄지고 있다.
일반 사고 발생 시에는 매우 신뢰성 있는 기록 장치다. 하지만 급발진 사고는 예외다. 자동차의 두뇌라고 할 수 있는 전자제어장치가 먹통이 되면서 발생하는 것이 급발진이다. 그런데, 먹통이 된 전자제어장치를 통해 기록된 사고기록장치의 데이터를 믿을 수 있을까?
급발진이 발생할 경우, 자동차의 소프트웨어를 중심으로 자동차의 사고가 정지한다. 간단한 예로 어떤 사건·사고의 중요한 증거로써, 정신적인 질환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나 치매를 심하게 앓고 있는 사람의 발언이 채택될 수 없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재판부는 무려 40년간 이 사고기록장치를 통해 모든 재판을 수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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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급발진 의심 사고 유족이 전문 감정인 참관하에 사고 재연 시험을 진행했다. 그런데 똑같은 환경을 두고 재연한 시험에서 변속 패턴이 실제 주행에서 나온 수치와 달랐다. 실제 속도와 변속 패턴 설계 자료상의 예측 속도 일치율은 10~20%에 불과했다. 속도도 적게는 시속 4~7km, 많게는 50~80km까지 차이가 발생했다. 사고기록장치의 데이터를 맹신하기는 어렵다는 것을 결과가 말해주고 있었다.
많은 나라에서 실험을 해오고 있지만, 현재까지도 급발진의 정확한 원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미국에서 일어난 소송 중 자동차 소프트웨어에 문제가 있어 급발진이 발생했다는 사실을 일부 확인했다. 사고 이후에도 흔적이 남지 않는 부분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는 사고기록장치에 의존하고 있다.
이 때문에 지난 40년간 운전자는 한 번도 재판에서 이기지 못했다. 불리한 법규 탓에 차량 결함으로 인한 급발진 여부를 설명할 의무는 운전자에게 있다. 증거조차 찾기 어려워 차량 전문가도 알아내지 못한 급발진 원인을 내가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급발진이 일어난다면 도착하는 곳은 ‘기울어진 운동장‘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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