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에 장악당한 콘텐츠 플랫폼 ① [빅테크 산업 잠식]
||2024.07.29
||2024.07.29
구글·메타·틱톡 같은 글로벌 빅테크는 온라인 플랫폼을 운영하며 맞춤형 광고를 통해 성장했다. 문제는 빅테크 기업이 디지털 전환기와 맞물려 고성장하면서 나타난 부작용이다. IT조선은 빅테크의 시장 선점이 국내 플랫폼 기업과 콘텐츠 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살펴봤다. [편집자주]
구글의 포털 검색 서비스 구글과 동영상 플랫폼 유튜브, 메타의 SNS 인스타그램·페이스북, 틱톡의 SNS 틱톡은 대표적인 빅테크 플랫폼이다. 이용자 성향을 분석한 맞춤형 콘텐츠 추천 알고리즘과 맞춤형 광고·마케팅이 이용자 락인(잠금) 효과로 이어졌다. 생각 없이 계속 다음 콘텐츠를 봐도 내 취향에 맞는 것들, 내 관심사인 광고 상품이 노출된다.
이런 빅테크 플랫폼은 매력적인 광고 매체로 꼽힌다. 이용자가 전세계에 걸쳐 있는데다가 인공지능(AI) 등 다양한 기술을 광고에 접목해 광고 효율화를 돕기 때문이다.
유튜브가 대표적이다. 유튜브 광고는 TV CF, 신문광고보다 더 효과적으로 잠재 고객에 접근하는 수단이다. 콘텐츠 업계도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신작 영화·드라마를 홍보하는 대신 다양한 유튜브 예능 출연을 선호하는 모양새다.
플랫폼 경쟁력과 광고 수익
네이버, 카카오, 티빙·웨이브·왓챠·쿠팡플레이, 멜론·지니뮤직·벅스·플로·바이브 같은 국내 플랫폼 사업자는 이런 빅테크와 직접 경쟁한다. 플랫폼의 주요 재원은 광고 수익이다. 플랫폼의 경쟁력은 이용자 수에서 나오고 이용자 수는 광고 수익과 직결된다. 플랫폼 경쟁력이 곧 광고 수익인 셈이다.
국내 플랫폼의 해외 진출이 어려운 이유도 빅테크와 경쟁하기 어렵기 때문으로 꼽힌다. 국내 콘텐츠 플랫폼이 만약 해외 시장에 진출한다면 구글·메타·넷플릭스뿐 아니라 현지 플랫폼과도 경쟁해야 한다.
콘텐츠 플랫폼인 만큼 현지 콘텐츠도 발굴해야 하고 마케팅도 많이 해야 한다. 현지 콘텐츠를 발굴하지 않으면 결국 그 시장에 정착할 수 없다. 국내에서 특정 국가 콘텐츠만 유통하는 플랫폼을 찾기 힘든 이유다.
애니메이션 같이 특정 장르만 유통하는 OTT의 애니메이션이 대부분 일본 콘텐츠일 수는 있지만 일본 애니메이션만 유통해서는 살아남기 힘들다는 것이다. 넷플릭스 같은 빅테크 플랫폼도 일본 애니메이션을 취급하기 때문이다.
맞춤형 광고시장을 개척한 메타도 플랫폼 매출의 대부분이 광고다. 인스타그램이 틱톡과 유튜브 ‘쇼츠’에 맞서 ‘릴스’를 알리고 릴스 창작자를 육성한다고 해도 메타 수익은 결국 광고에서 나온다.
창작자가 빅테크 플랫폼으로부터 분배받는 수익도 광고에서 나온다. 유튜버가 유튜브로부터 분배받는 수익도 직접 후원받은 돈이 아니면 대부분 광고 수익이다. 이 광고 수익에만 문제가 생겨도 플랫폼은 휘청할 수 잆다. 실제 애플이 2021년 맞춤형 광고를 위해 고객의 개인정보를 추적할 경우 의무적으로 동의를 받도록 정책을 바꾼 직후 메타 실적이 급감했다.
빅테크가 장악한 콘텐츠 플랫폼 재원
문제는 콘텐츠를 다루는 플랫폼 상황이다. 국내 플랫폼과 빅테크가 경쟁하는 영역이 비슷할수록 국내 플랫폼은 더 힘겹게 경쟁해야 한다. 빅테크 플랫폼이 이용자를 많이 흡수할수록 국내 플랫폼의 광고 수익 감소로 이어져서다. 이용자가 줄었으니 광고 매체로서의 매력도 줄기 때문이다.
현재 플랫폼 생태계는 대부분 빅테크가 장악했다. 긴 영상은 유튜브, 넷플릭스, 디즈니 플러스가, 짧은 영상은 틱톡, 유튜브, 인스타그램을 이용한다. 앱 마켓 시장은 구글과 애플이 양분했다. 국내 시장은 구글이 장악해가고 있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전체 모바일 상위 5개 앱 이용자 상승분의 98%가 유튜브, 구글 크롬, 구글 포털 증가분이다.
콘텐츠 플랫폼이 이용자 감소 상황 해결 방안으로는 다양한 오리지널 콘텐츠 확보가 꼽힌다. 유튜브·넷플릭스·디즈니 플러스에 없는 콘텐츠를 제공해야 그 콘텐츠를 소비하기 위해 이용자가 플랫폼을 찾는다는 것이다. 콘텐츠를 확보하기 위해 돈이 든다는 점이 문제다.
플랫폼은 콘텐츠를 확보해야 이용자가 늘고 광고 수익이 증가한다. 이를 다시 콘텐츠에 재투자하는데 콘텐츠, 이용자, 광고가 전부 빅테크로 향한다. 국내 플랫폼 이용자가 꾸준히 이탈해 빅테크 플랫폼으로 향한다면 국내 플랫폼의 재원은 점점 마를 수밖에 없다. 콘텐츠 투자는 축소되고 플랫폼 경쟁력은 약화된다.
자리 잡아도 광고 수익 늘어야 성장
국내 플랫폼이 손실을 감수하며 꾸준히 투자해 현지에 자리를 잡았다고 해도 이후 수익 개선을 위해서는 플랫폼 광고 사업 강화도 필요하다. 이는 실제 올해 6월 말 미국 나스닥에 상장한 웹툰엔터테인먼트의 사업 전략이다. 웹툰엔터테인먼트는 네이버웹툰의 미국 본사다. 네이버웹툰 수익 비중은 플랫폼 본업이 80%, 광고 10%, IP 사업이 10%정도의 비중을 갖는다.
김준구 웹툰엔터테인먼트 대표 겸 창업자는 6월 28일 미국 나스닥 상장 기념 간담회에서 “광고 모델을 강화하고 좀 더 보강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매출과 이익 양측에서 유의미한 성장을 거둘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네이버웹툰이 광고에 집중하는 이유는 성장세가 가장 눈에 띄게 나타날 수 있는 분야이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콘텐츠 산업은 플랫폼 이용자가 늘어 매출이 증가한다고 이익이 정비례해서 증가하진 않는다. 수익의 일정 비율을 창작자에게 분배하기 때문이다. 반면 광고 수익은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낮아도 이용자 수에 따라 단가 변동이 이뤄져 실제 영업이익 증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김용수 CSO는 “웹툰엔터테인먼트는 그동안 크리에이터 생태계 구축에 역량을 집중했기 때문에 광고 사업이 상대적으로 작았다”며 “웹툰엔터테인먼트 미국 이용자의 75%가 젊은 층이고 여성 비율이 높은 편인데 미국 소비재 기업이나 뷰티 기업이 가장 선호하는 고객층이라 타깃 광고주를 만나 영업하면 같은 지면이라도 단가가 오르게 될 것이다”라고 밝혔다.
이는 웹툰을 보는 동안 노출되는 광고의 수를 증가한다는 것이 아니다. 김용수 웹툰엔터테인먼트 최고전략책임자(CSO)는 광고 사업 강화가 다양한 방식의 광고로 무료 이용자의 유료 구매자 전환, 주요 타깃 광고 등 광고 방식의 변화를 의미한다고 설명한다.
한 콘텐츠 업계 관계자는 “창작자에게 일정 비율로 수익을 분배하는 플랫폼은 콘텐츠 판매 수익을 주요 재원으로 삼기가 아무래도 쉽지 않다”며 “다양한 플랫폼이 배너 광고를 비롯해 온갖 곳에 광고를 넣어 수익을 내려고 하는 건 플랫폼 수익이 보통 광고에서 나오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용자가 많은 빅테크 플랫폼이 아무래도 광고를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곳이다”라며 “빅테크가 아니더라도 광고는 플랫폼 입장에서 굉장히 좋은 성장 수단이자 수익모델이지만 빅테크처럼 엄청난 이용자 수를 확보하기가 쉽지 않아 어려운 것 같다”고 덧붙였다.
변인호 기자 jubar@chosunbiz.com